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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민길호]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

by 발비(發飛) 2005. 6. 24.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

어제 샀다.

난 돌아가고 싶을때, 그의 그림을 본다.

그의 그림을 보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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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은 나에겐 살고자 하는 의지를 주는데, 정작 그는 죽음을 선택했다.

본문을 읽기도 전에 표지에 적힌 동생 테오가 여동생 리스에게 보낸 편지가 나를 붙든다.

 

이제 우리는 형이 영원한 안식을 취한 것에 감사의 기도를 해야 할 때지만

아직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구나. 나는 형의 죽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고 슬픈 이야기같다

어쩌면 미소를 지으며 죽어가는 사람의 불가사의가 그에게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싶구나

형은 이 세상의 모든 고통에 희생당하면서 그 고통에 어떤한 숭고한 값어치를 두고 그것들과 싸우며, 그렇게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했던 것이다

형이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 성경말씀, 불쌍한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정

그리고 그의 위대한 그림과 문학적인 소질, 이 모든 것이 증명해주고 있지 않니?

사람들은 형이 위대한 인간이고 위대한 예술가임을 알아주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곧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렇게 될거야.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짧은 인생에 아쉬움을 갖게 될거야

내가 죽어가는 형의 침대옆에서 빨리 회복되어 이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라고 말했으나 형은 슬픔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라며 죽기를 원했단다

나는 형의 뜻이 무언지 알고 있다. 잠시 숨을 기쁘게 쉬고 고통을 느끼며

그렇게 그는 눈을 감았단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영원한 안식처로 그는 떠났단다.

 

-테오가 여동생리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테오는 알다시피, 고흐가 죽자 두 달 뒤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며 죽어갔다

형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형의 세상으로 갔다.

그리고 그들이 죽자 고흐의 그림은 테오의 바람대로 널리 널리 퍼졌다.

아이러니 하게도 테오의 아내 조가 제혼한 미술상에 의해 전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고흐와 테오와 조

이 인물들이 연결고리, 그들이 살았던 세상과 살지 못했던 세상의 열쇠주인들.

처음 고흐를 만났을 때, 구체적으로 학교에서 고흐를 배울때 그는 미치광이 화가였었다.

미술선생님은 고흐의 기행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주셨다.

하지만, 그의 그림들을 언제부터 만나게 되었는지 기억도 없지만,

난 그의 그림들을 사랑한다.

탄광촌에서 그렸던, 감자먹은 농부들. 그리고 탄광촌사람의 신발...

고흐가 그렸던 수채화...배가 포구에 매어있는 그림은 유화가 아니고 수채화다. 흔들림이 없는 수채화. 다만 물얼룩이 생명을 더하는 그의 수채화도 난 사랑한다.

오베르에 있는 그의 작은 방을 사랑한다. 좁은 방이지만 창이 나 있는 그의 방을 사랑한다.

그의 그림은 완전히 그다. 그리고 나도 된다. 그를 사랑한다.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서-

                                                   

당신을 만나러 파리근교의 오베르 밀밭을 찾아 갑니다

아직도 당신이 그렸던 밀밭은 노랗게 남아있었습니다

전 당신 그림에서 보이던 밀밭 사이로 굽어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밀밭도 하늘도 심지어는 부는 바람의 방향도 그대로인데

당신이 그린 세 갈래 굽은 길은 없었습니다.

밀밭을 가로지르는 곧게 뻗은 길뿐 굽어진 세 갈래 길은 없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매일 산책하던 노란 밀밭에 당신이 가고픈 길을 거기에 그려두고 가셨군요.

지금 오베르 밀밭에는 당신의 그림에서처럼 바람이 불어

밀 줄기에 붙은 수십 개의 바늘잎들이 날을 새우며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오베르의 밀밭 곧은 길을 두고 당신의 굽은 길 하나를 따라가기로 합니다.

휘어져 그 끝도 보이지 않고 밀 가시에 많이 찔리는 굽은 길이지만

당신이 당신의 붓으로 그 길을 그렸듯 저도 붓을 움직여 보기로 합니다.

오베르의 노란 밀밭 길에서

당신이 그린 그 길을 걷지는 못했지만, 당신의 길을 만났습니다.


당신은 굽은 길 언덕너머에서 평안하신가요?

 

 

고흐가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수채화로 만나다



고흐가 그린 수채화를 보았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

꿈틀거리는 유화가 아닌 그가 그린 수채화

온순하고 말없는 양 한 마리다


수채화는 아무 말이 없다.

측백나무 숲도 바람 없이 조용하고 밀밭은 가만히 햇빛을 쪼이고 있다.


수채화로 까마귀나는 밀밭을 그리면서 잠시 쉬었을까

그가 그린 하늘 한 가운데 굵은 물방울하나 떨어져 있다

수채화 속에서  고른 숨소리가 물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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