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리고 싶은 날.
난 주절거릴만한 것을 찾아헤맨다.
내가 좋아하는 곳-난 대학로를 좋아한다. 무지
사랑한다.
그 곳에 가면 꼭 들르는 곳(아래의 벤치)
여기가 어딜까요?
여기는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인데요..
방통대 안,게시판 뒤에 있는 벤치지요.
여기에 앉아있으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곳이지요.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이 벤치에 갔다.
그리고 잠시 앉아있다가 일어서려는데, 핸펀이 벤치에 툭!하고
떨어졌다.
근데 내가 앉아있는 벤치보다 핸펀이랑 벤치랑 너무 잘 어울리는거다.
마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둘이 착
달라붙어있는거다.
왜 잘 어울리는거지?
일단 현장의 증거를 남겨두고 두고두고 생각해보자
싶었다.
-핸펀 재우는 벤치-
핸펀이 아주 얌전히 누워있다.
편히 낮잠 자고 있는 듯 하다.
낮잠을 잔다고 믿는다.
벤치는 입을 굳게 다물고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
잠시 쉬어라 내게서 쉬어라
미동도 하지 않고 핸펀을 지키기만 한다.
낙엽하나가 굴러와서 핸펀을 툭하고 건드리자
벤치가 꽉 붙들었다.
낙엽은 꼼짝 못하고 붙들려있다.
핸펀이 잠에서 깰 때까지 낙엽은 절대 못 움직인다.
저 벤치의 꽉 다문 입을 보면 알거다.
지키겠다고 굳게 입을 다물고 지켜보고 있다.
핸펀은 아주 깊은 잠에 든 듯 싶다.
우리 모두는 핸펀이 깨기를 기다려야 한다.
기다렸다.
-보낸 뒤의 핸펀-
누군가를 보냈단다.
방금 핸펀은 누군가를 멀리 보냈단다.
아마 만날 수 없을 거란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단다.
핸펀은 웃으며 잘 보냈단다. 하지만 제 뚜껑을 닫지는
못한다.
다만 버튼으로 누군가를 보내고, 그냥 열어둔다.
핸펀이 그러기를 원한다.
아직은 핸펀이 따스다.
핸펀이 누군가를 보낸 뒤의 열뜸에서 좀은 열이 식으면
열이 식으면 제 뚜껑을 덮겠단다.
그리고 뚜겅을 덮은 뒤에는 진짜 보내버릴거란다.
핸펀은 아직도 뚜껑을 덮지 못하고 있다.
액정화면에 밝은 누군가의 얼굴이 빛을 잃어가더니, 화면은
사라지고
검은 빛만 선명해도 아직은 그 누군가의 그림자가
있다고
뚜껑을 덮지 않고 있다.
기다려야 한다.
누구도 대신 뚜껑을 덮어주지는 말자.
핸펀의 몸이 뜨껍게, 그리고 따뜻하게 또 미지근하게
어느순간 통화의 기억을 잊고 차가워질때까지 기다린다.
난 그냥 있을께.
핸펀의 뚜껑이 탁!하고 덮힐때까지 그냥 있을께
그 때가 오면 난 나의 핸펀을 내 주머니속에
넣을거다.
아주 깊숙히....
손이 등장했다.
나의 손이다.
카메라속으로 내손이 핸펀을 잡자, 갑자기 핸펀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된다.
-마냥 기다리는 주인의 핸펀이야기-
나의 주인은 항상 기다린다.
내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지경인데도 나를 꽉 잡고
있다.
나를 사랑해서가 아닌 것을 안다.
나를 통해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것일거다.
이건 비밀이지만, 나의 주인이 누구를 기다리는 지 나는
안다.
나의 메모리에 기억되어있는 번호중
나의 주인은 그 번호가 뜨면 평소와 다른 호흡을 하는 것을 나만은
안다.
내가 기억하는 그 번호가 뜨면 나의 주인의 호흡은
변한다.
그리고 나를 한참 본다. 금방 나를 열어주지 않는다.
내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러도 기다린다.
그래서 나는 주인이 기다리는 그 번호가 싫다.
기운이 빠지니까...
난 노래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불러야 하고.
(그래서 열받는데)
또 그 번호와 연결이 되면 나의 주인의 목소리는
가라앉는다.
아니면 너무 큰 소리를 낸다.
평상심인 적이 없다.
그리고 끝도 없이 한다.
만약 금방
끊는다면 나의 몸은 죽음이다. 나를 마구 다룬다.
끊는다면 나의 몸은 죽음이다. 나를 마구 다룬다.
내 뚜껑도 쾅, 그리고 나를 빙글빙글 돌린다.
그리고 마구 꼼지락 꼼지락, 아주 못 살게 한다.
그런데 내가 그 전화번호를 좋아할 리가 없다.
나에게 권한이 있다면, 난 그 번호를 주인의 핸펀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그런데...
못 한다.
저 손이 지금도 길게 늘어져서 기다리는 번호는 딱 하나밖에 없는
걸
누구보다도 난 아니깐.
하지만, 다행이기도 하다.
주인의 그런 마음을 아는 것은 이 세상에 나밖에는
없다.
그 정도면 되지 뭐!
이건 뭐야?
통장과 도장을 핸펀 옆에 두어 보았다.
물론 나의 것은 아니다. 나에겐 이런 것이 필요없다.
아무튼 어쨌든, 이렇게 두니 또 연속극이 된다.
-숨 막혀-
벤치위에 도장과 통장과 핸펀이 있다.
통장 잔액은 25340원
상아도장
핸펀번호는 010-****-****
액정화면의 초기그림은 파란바다
[Greeting]라고 찍혀있다.
통화내역
02-*******
같은 번호가 11개 부재중전화로 찍혀있다.
문자 두 개
보험료납부일이 6월 15일입니다.
뭐하니?
이렇게 두 개
뭘까?
혼자서 핸펀을 보면서 온갖 생각을 한다.
누군가가 여기다 모든 것을 두고 자살이라고 하러 간 것은
아닐까?
아니면 잊어버린걸까?
도망갔나?
아니면 소매치기가 돈만 빼고 여기다 버린 것일까?
만질 수도 없고 안 만질 수도 없고.
근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 거지.
발을 빼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최고야.
뒤돌아서 온다.
그런데 왜 자꾸 나를 당기지.
그래도 가자. 무슨일인지 신경을 끄자. 그렇게
살아야하는거야,
정말 나와는 상관없는일이잖아.
상관없어!!!
근데 왜 이렇게 숨이 막히지.
나와는 상관없는데...
지난 가을 낙엽인가보다.
낙엽은 비가와도 녹지 않나보다.
지난 가을 낙엽이 아직도 있으니, 지천이 초록인데 지난 가을 낙엽 본 김에
기념촬영
-기억-
가을에 낙엽소리를 밟으면
만약 혼자서 걷고 있었다면.
만약 낙엽이 아주 잘 말라서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아주
건조하다면,
난 전화를 한다.
만약 낙엽 밟는 소리가 아주 건조하다면
난 전화를 한다.
그리고 전화기에 대고 낙엽을 부셔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는 말한다.
"들리지? 들리지?"
"무슨 소린지 알어?"
" 내 마음 소리야"
" 이 바보야"
사실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나의 속은 그렇게 유치찬란해도 난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냥 생각나서 해봤어"
"잘 지내지?"
"그래 안녕"
이렇게 말한다.
내 유치찬란한 마음은 온갖 꼴값을 다 떨고 있는데,
나의 고상한 입은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바스락 바스락
부스럭 부스럭
괜히 잎넓은 낙엽만을 골라서 밟고 또 밟는다.
다 부서져서 소리가 나지 않으면,
또 다른 낙엽을 찾아서 밟는다. 아주 지겨울때까지 낙엽을 밟는다.
또 다른 낙엽을 찾아서 밟는다. 아주 지겨울때까지 낙엽을 밟는다.
그리고 전화는 하지 않는다.
단 세마디로 끝나고...
나의 유치찬란한 마음은 운동장 낙엽을 다 밟을 때까지 소설을 쓰고
있다.
난 그런 기억이 있다.
낙엽을 보면 그런 기억이 난다.
나의 유치찬란함이 생각난다.
-쌩뚱맞다-
얼마나 쌩뚱맞는 그림인지...
그냥 옆에 떨어진 것을 주워서 세워보았다.
다른 것들이 그림이 되는것에 비해 이렇게 쌩뚱맞을
수가...
그래서 지우려다 말고 생각했다.
쌩뚱맞은 것도 그림은 그림이지.
난 한 두번 쌩뚱맞았던가.
그런데도 나를 창조하신 어떤 분이 계신다는 가정을
한다면,
나를 지우지 않고 잘도 봐주고 있는데.
그냥 너희들의 그 쌩뚱맞음을 내가 봐주자.
나를 보는 듯 하여 너희들의 그 쌩뚱맞음을 용서한다.
더 웃긴것은
저 멀리 저 남자는 왜 쌩뚱맞게 배경으로 나온건데?
정말 극치다.
살다보면 내가 이런 자리에 놓인 경우가 많기도 하다.
내가 만든 것은 내가 잘 모르니 그런데로 다행인데,
내가 만들지 않아서 너무도 쌩둥맞음이 잘 보이는데,
내가 거기에 있어야 할 경우
난 바로 저 모습이 된다.
참 그림이 안 된다.
핸펀, 초록열매(?), 그리고 벤치, 저 멀리
남자..
참 그림이 안 된다.
&%&(^%$^*^(^*%&$
이런 것도 그림이 되는데, 왜 그림이 안되지?
안되는 것도 있긴하다. 인정!!!!!!!!!!!!!
한참을 주절거렸다.
나의 정신상태를 의심해도 할 수 없지 뭐...
같은 자리에서 같은 핸펀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옆에 큰 물건들도 아닌 작은 물건,
어떤 물건을 두느냐에 따라 참 다르다.
벤치도 같고, 핸펀도 같고, 날씨도 같고 , 모든 것이
같은데...
가장 가까이에 무엇이 놓이냐에 따라 핸펀이 참
달라보이는데...
저렇게 작은 핸펀도 참 달라보이는데...
내 옆에 지금 뭐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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