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이야기다.
사무실 내 등뒤에 있는 화분들...
시들시들...
내가 물을 열심히 주지 않으니, 그리고 많이 사랑해주지 않으니
반짝이는 윤기가 사라지고 있다.
물을 줘야지.
여름이지 목이 마를거야. 물을 주자.
화분중에 제일 큰화분에 물을 주면서 흙이 많으니까 물도 많이 줘야지 생각하면서
아주 푹 주었다.
물줄기에 흙이 약간 패이면서 뭔가 보인다.
당겨봤다.
포트였다. 식물의 모종을 낼때 쓰는 포트가 화분에 그대로 얹혀져 흙으로 덮어 놓은 것이다.
맙소사...
내가 비록 물은 자주 안 주지만, 그래도 뿌리를 뻗칠 넓은 공간은 가지고 있는 줄 알았더니만,
그 큰 화분에서 포트에 뿌리를 구겨넣고 있었다니...
너무 하다. 다리를 꼬부리고 앉아 있었던 난이 생각이 있다면, 억울했을 것이다.
남들이 볼 때는 좋은 큰 화분에 폼 잡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제 뿌리 한 번 펴보지 못할 포트속에 갇혀있었던 거라니...
사람도 그렇다.
남들이 보기에는 근사한 생활을 하지만, 사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랑주고 사랑받는 것 처럼 웃는 모양으로 있지만,
그 뒤에서 누군가가 포트에 가둬놓고 있을 지도 모를일이다.
어쩌면 자신이 포트에 갇혀있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넓은 화분에 있는 줄 알고
화분의 크기만 늘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보니 그렇다.
내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은 포트인데. 마치 남들이 보기에는 큰 화분처럼.
난 화분위에 내어 놓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든다.
사람들의 시선이 좋아서, 그냥 포트에 있는 나의 뿌리의 비명은 무시하고
웃으면서 큰 화분이 모두 나의 것인냥 그렇게 ....
이제 난 그 실체를 안 이상 그냥 내버려둘순 없으니. 포트를 빼주어야겠다.
두다리 뻗고 잘 수 있도록
작은 오두막이면 어떠리. 그냥 두다리 쭉 뻗을 수 있는 공간이면 되지.
넓고 큰 집에서 꼼짝 못하는 삶보다야 오두막이더라도 두다리 쭉 뻗고 사는게 훨씬 낫지..
기다려라...
내가 탈출시켜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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