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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그들이 철학자인 까닭은...

by 발비(發飛) 2005. 5. 26.

얼마전 동대문운동장 벼룩시장에서 인도수제샌들하나를 샀다.

가는 가죽으로 엮어 만든 것으로 튼튼해 보이지는 않지만, 자주 만날 수 없는 디자인이라

실갱이끝에 만원을 주고 샀다.

어제와 오늘 그 샌들을 신고 출근을 했었다.

그 샌들을 신으며, 난 지구위를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닥이 무지무지 얇다,

바닥조차도 가죽으로 만들어놓아 마치 맨발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맨발로 걷는 느낌..

그들은 맨발로 항상 바닥을 걷고 있는 느낌이겠다. 인도사람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인도는 포장이 많이 되지 않아서 가죽바닥이더라도 딱딱하지 않았겠다는 것.

그리고 그런 지구의 맨몸을 느끼며 걸어다녔을 거 같다는 것

하지만, 서울의 길을 걷고 다니는 나에겐,

마치

 

박껍질위를 걷고 있다는 생각.

마치 지구가 부드러운 박위에 딱딱한 박껍질이 덮고 있는 모양처럼 느껴졌다.

지구의 여러가지 부드러움들

흙, 물,,,, 그런 것들위로 아스팔트와 보도블럭과 건물들과...

그런 딱딱한 것들이 빽빽히 덮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인도샌들을 신고 걸으면 꼭 그 느낌이다.

나쁜 느낌이다. 뭔가 거짓을 딛고 있는 느낌

거짓만 딛고 거짓만 경험하는 듯한 이상한 느낌..

기분이 별로였다.

난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나의 이런 느낌을 없애는 방법은 바닥을 두텁게 까는것

신발수리아저씨에게 최대한 높은 바닥으로 붙여달라고 했다.

앞과 뒤를 고르게 두껍게 붙였다.

그리고 첫발을 디디는 순간, 지구의 껍질은 더이상 느껴지지 않고,

걷기 편한 편편한 길로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구가 아스팔트를 덮고서 시치미를 떼듯이

나도 신발밑창을 깔고서 그런 지구를 시치미 떼고 다닌다.

 

 

 

인도인들은 얇은 샌들을 신고 끝까지 버티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세상밖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철학자... 바로 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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