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시집-
누가 잘 아는 복어집에 가면 단골 손님에게만 특별한 술을 내놓는데 한 번 마셔본 사람은 그 맛의 매력에 빠져서 반드시 다시 찾는다고 한다. 비결을 아고 보니 술에다 복어의 독을 탄 독주였다. 한 잔 마시면 사지가 서서히 마비되면서 목 아래까지 독이 차오른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정신만은 말똥말똥 한채로 아찔한 혼곤의 상태를 즐긴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은 바로 이 독 때문이었다.
시도 이와 같기를. 글이 물이라면 시는 술이다. 좋은 시는 술중에도 독주여야 할 것이다. 목숨의 경계 바로 밑까지 찰랑거리는 위독한 시, 무당이 밟는 작둣날처럼 서늘하고, 남사당이 타는 동앗줄처럼 아슬하고 팽팽한 시, 를 쓰고 싶다. 희망한다. 시여, 나에게 독배를.
표지커버 뒷 면의 글이다.
시인이 쓴 것인지 해설자가 쓴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무 말도 없으니까...
그런데, 복어의 독을 가지고 만든 독주.
정신은 말똥하고 사지가 마비, 목까지 올라오는 독의 느낌.
'주절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화 (0) | 2005.05.28 |
---|---|
어제의 회식....안주가 된 나 흐음 (0) | 2005.05.28 |
그들이 철학자인 까닭은... (0) | 2005.05.26 |
무아지경 (0) | 2005.05.26 |
억지 부리시는 사장님 (0) | 2005.05.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