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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무아지경

by 발비(發飛) 2005. 5. 26.

무아지경

 

가장 기쁜 순간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것을 무아지경이라고 한다.

 

오늘

 

그것은 아닌데, 무아지경이다.

 

어젯밤에 일단 무리를 했다.

 

저녁 8시40분에 영화시작

11시에 영화 끝

술냄새 지독한 전철...늦은 밤 4호선은 유난히 술냄새가 지독하다.(2호선도 그렇지만..)

내가 마시지 않은 날은 남의 몸에 밴 안주냄새는 정말 지옥...

산울림과 함께 한 새벽...

그 여운 그러므로 어젯밤에 난 무리를 한 것이다.

 

전날 무리를 하면 무아지경으로 쉽게 빠진다.

 

오늘 아침.

일단 출근후 필 받는데로 블로그의 [마더]를 주절거리고 나서 지금까지 정신이 없다.

 

공장의 좋은 점은

첫번째는 기계가 쉴 땐 자리를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는 딴 짓을 한다. 공식적으로...

 

두번째는 무아지경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

몸만 일을 하면 된다? 그리고 몸이 하는 일 중에서도 재미없는 일은 더욱 무아지경?

 

지난 번 필름 한 장의 실수때문에 1판을 다시 찍었던 것을 재작업..

처음부터  일을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수정을 하는 일은 기분도 별로고, 재미도 없다.

마치 생산된 물건을 다시 재생산하는 것. 마치 부품을 다시 갈아끼우는 것처럼

리콜같은 것.... 누가 쓴 물건을 쓰는 것처럼.. 별로다.

수정작업.

책이 많이도 기다렸다. 아마 일주일은 기다린 것 같다.

재작업을 하는 일.

재미가 없으므로 난 무아지경으로 돌입한다

재미가 있고 재미가 없고 그런 것을 생각하고 일을 하면 사실 재미있는 일이 몇 개나 될까?

다만 나를 무아지경의 상태로 몰아가서,

손만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난 멀리 보내버린다.,

나를 멀리 보내면 보낼수록 손은 자신의 일을 더 잘한다.

알아서 척척한다. 접지기에 올리는 일,

한 판씩 덜어 붙이는 일...그런 것은 내가 없어도 손만 있으면 다 알아서 한다.

2005년을 살고 있는 나는 지금하는 일과 내 손이 하는 일과는 무관하다.

나의 본능이 나에게 축척되어 있는 본능이 내 손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3D업종이라고 하기 싫어한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 나를 보내버려도 가능한 일..얼마나 신기한 경험인데...

내 손이 하는 일을 내가 구경하는 것은 얼마나 짜릿한 경험인데...

나와는 상관없이 손만이 일하는 것...

그 속에는 나의 뿌리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무아지경 속에서 내 손이 하는 일은 마치 나의 오랜 조상들의 유전자가 연동으로 움직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니까...

만약 2005년에 내가 아무런 뿌리도 없이 뚝 떨어진 것이라면,

조상이 물려준 유전자따위는 없이 온전히 지금의 나만 있다면, 내가 없는 상태에서

손이 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 경험이 신비롭고 좋다.

 

 

책을 포장할 때, 알아서 왼손 오른손이 협력하여 순식간에 포장이 끝날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무아지경

내 속에서 나를 몰아내고 내 손만 움직이고

난 내 속에서 빠져나와 잠시동안이라도 육체라는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숨쉬다 돌아온다.

잠시 그렇게 무아지경속에서 각자 일하다가 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면,

내가 내안으로 들어오고, 손은 다시 나의 명령을 기다린다.

손은 좀 느려지고, 나는 좀 무거워진다..

 

방금까지 무아지경에서 일을 했다.

무아지경에서 일을 할땐 누가 말을 시키는 것이 싫다.

육체적 노동을 할 때 사람들은 옆사람과 말을 하면서 한다.

난 그때 말을 시키는 사람이 제일 싫다. 내가 자꾸 나가려다 들어와야 하니까....

 

이렇게 주절거리는 타임 또한 내가 돌아왔음을 몸에게 알리는 행사 같은 것

내가 내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난 또 주절거리기 시작한다.

 

몇 시간동안 무아지경이었다.

무지 재미없는 일을 할때는 나를 보내버린다.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여자다. 난 내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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