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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억지 부리시는 사장님

by 발비(發飛) 2005. 5. 25.

이상하게도 며칠째 기계들이 조금씩 말썽이었다.

아주 큰 말썽이라거나, 멈추거나 하면 차라리 고치는 사람을 부르면 되는데

이건 뭘 만지는 지는 모르는데, 뭘 만지고 나면 돌아가는 거다.

한 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몇 대가 그랬다.

점심시간 조금 전에 접지기가 말썽을 부렸다.

쾅 쾅 때려주고, ,,,,,,

그랬더니, 돌아간다.

 

그래서 나부터  왈

"사장님, 아무래도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게 아닐까요?"

 

다음 사장님 왈

"뭐가?"

 

"기계들이 돌아가면서 이상하니까... 아무래도 이상한데요."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임마... 니가 자꾸 문을 열어두니까 추워서 그러지!"

 

"네?"

 

"기계는 안 춥냐? 내가 추운 데 기계도 춥지. 그러니까 문 좀 열지 마라."

 

"???"

 

세상에 맙소사~!!.

난 그만 말하기를 멈추고 웃었다. 큰 소리로...

5월 하고도 25일 여름에 추워서 기계가 섰다?

우리 사장님과 나는 창문때문에 감정이 상한다.

알다시피 공장의 먼지... 난 문이라고 생긴 것은 다 열어둔다.

그런데, 사장님은 나를 따라다니면서 문을 닫는다.

질식한다고 소리를 쳐도 추우시단다.

지금도 긴 팔옷을 입으시고, 반팔인 나보고 청춘이라신다.

마구 웃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던지는 한 말씀

 

"기계는 나랑 같애, 내가 추우면 기계도 춥단말이야."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항상 이래서 내가 항복한다. 마지막 말씀은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을테니까...

내가 책상에 엎드려서 책상과 주절거리는 거나,

사장님이 기계가 추워서 멈춘다는 거나...

피장파장이다.

 

억지를 부리기는 마찬가지인데...

난 혼자서 주절거리고, 사장님은 나한테 ?? 한다는 것의 차이...

 

하기사 정말 추워서 그럴 수도 있으니하며, 사장님쪽 창문을 닫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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