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시사회갑니다.
영국영화라는데, 제 취향일 듯 싶은데. 기대하고
갔다와서
......
노팅힐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서 그런 것인가보다 하고 갔었다.
적당한 수위의 로맨스
적당한 수위의 메시지
그게 로저 미셀 감독의 수위이기도 하나보다.
어제있었던 일 하나.
좀 연세가 드신 사장님과의 에피소드.
음료수병뚜껑을 열어야 했다.
그런데 너무 꽉 닫혀있어서 열 수가 없었다.
한참을 힘을 썼다.. 그것을 보신 사장님 왈
"줘 봐!"
몇 번 힘을 주시더니, 병뚜껑이 열렸다.
사장님의 스쳐지나가는 표정이 압권이었다.
환갑의 나이에 맨날 청춘이라고 떠드는 여직원보다 힘이 세다?
스스로 아주 만족하시는 모습이었다.
"우와~ 힘이 세시네요~"
이렇게 말씀드리고나서, 난 맘이 좀 이상했다.
그게 저렇게 기쁠까?
나도 병뚜껑하나 열고 저리 충만한 기분을 느낄 나이가 올까.... 그 나이가 오지 않았으면
그런 마음이었다.
어제 있었던 일 둘.
수요예술무대에 산울림이 나온단다.
새벽까지 기다려 그들을 보았다.
산울림의 팬이었다. 나의 학창시절 유일하게 좋아했던 부를 수 있었던 노래들. 산울림의 노래들
그들의 노래를 좋아한다.
77년, 그들이 데뷔할 때는 잘 모르지만, 그들의 마지막즈음에는 함께 했던 것 같다.
참 많이 변했다.
고물차 발동거리는 소리... 그들은 미안하지만 고물이었고,
그래서 발동이 걸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내지르는 소리는 줄어들었고, 연주실력은 그들보다 나은 사람들때문에 귀가 높아져버렸다.
그런데...
발동이 걸린 다음 그들은 손이나 목으로 노래를 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위를 싸고 있는 기운들이 노래하는 듯 했다.
그들도 나이를 먹었더라. 하지만 보라색, 빨강색, 초록색 옷을 입고 나왔더라.
그리고 영화 [마더] 이야기.
메이는 남편과 아들과 딸이 사는 런던을 방문하던 중 남편이 갑자기 죽는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 곳에서 혼자 늙어 죽을 것이(아니 그런 운명) 무서워, 혼자 있기를 거부하고 런던으로 다시 온다.
아들과 며느리는 무지 바쁜 도시인
딸은 약간의 불안증 증세가 있는 작가지망생. 그리고 딸의 애인 대런
딸의 집에 있으면서 아들의 집을 공사하고 있는 대런에게 마음이 간다.
대런에게 참을 수 없는 여성성이 발동한다.
그리고 딸의 애인인 그리고 아들의 친구인 대런과 잠을 잔다.
"난 내가 죽을때까지 장의사외에는 내 몸을 만지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어요."
대런이 자신을 애무할 때 메이가 한 말이다.
이 말을 잊을 수 없다.
딸과 아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대런은 자신을 진심이 아닌 그냥 바람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알고 절망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온 메이는 짐을 챙겨 어디론가 다시 떠난다. 집에 머물지 않고...떠난다.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이다.
많은 사람이라는 것은 숫자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간의 유형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내가 속하는 사람도 있고, 이해가 안 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인간이 나옴에도 그 어떤 인간도 인간으로 안착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돌고 있다.
어느 순간 돌고 있는 쳇바퀴가 멈추면, 발을 딪지 못한다.
돌아가지 않고 있는 곳에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나라는 인간은 나....자신에 대해 얼마나 확고할까
돌아가건 움직이든 멈추든 상관없이 나 자신일 수 있는 나는 나의 몇 %정도일까...
메이가 그랬다.
돌고 있던 쳇바퀴가 멈추자, 멈춘 땅이 오히려 어지러워서 비틀거린다.
비틀거리는 것이 싫어서 주저 앉으면, 그냥 누워서 지내야 한다.
비틀거리는 시간이 지나면
멈춰진 오로지 내가 움직여야 하는 멈춰진 세상이 익숙해지는 시간이 오겠지.
그럼 그때부터 걷는 것이다.
할머니 메이가 짐을 꾸려 나가듯이...
사장님이 병뚜껑을 여시고 기뻐하는 모습과 메이가 젊은 남자에게 몸을 맡기고 붉어지는 모습,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맨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나도 늙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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