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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어제와 오늘의 메시지들

by 발비(發飛) 2024. 8. 24.

1.

그저께 늦은 밤 부재 중 전화가 두 통이나 있었다. 한 사람에게서. 

확인한 시간이 너무 늦어 그냥 뒀는데, 새벽에 문자메시지가 왔다.

'아깐 문득 너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어서....'

그리고,

'문득 문득 드는 생각들? 너라면 재밌게 들어줄 것 같은 얘기들'

그래, 그럴 때가 있고 그럴 사람이 있지.

문득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다시 그 이야기를 할래도 그 마음이 아닌거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런 시간이었고, 그런 이야기였다는 것을 아는 사이는 좀 괜찮은 거 아닌가.

나는 전화 온 이에 대해 생각을 좀 달리 하기로 했다.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그 이야기 해도 되는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 하는 후회가 없도록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 것보다는 내게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기로 한다. 

라르고님처럼.

 

2.

꽤 오래 전 잠시 썸을 탔던 친구에게 사진과 함께 카톡이 왔다. 

불금인데, 뭘 해야 할 지 몰라 일본스타일 주점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다고 했다. 

사진에는 양배추절임과 맥주 한 잔이 있었다. 

시켜놓은 메뉴가 아직 나오기 전인 모양이다. 

고독하다. 라는 말을 덧붙였다.

일만 하고 살았던 친구라 만나는 본인이 하는 일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관계가 더 발전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공대생에다 일에만 매진했던 지라 나와 공통관심사가 없어 빠르게 대화가 끊어졌었다. 

이전 같으면 '왜 저래' 였을텐데, 어쩌냐 일만하고 살아서 그런 걸 연민이 느껴졌다.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연민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지면 연민인거지.

'좋네, 잘 했네'라고 짧은 답을 보냈지만, 마음으로 전과 다른 연민이 느껴졌다. 

 

3. 

상사이기도 했고, 선배이기도 했고, 동료이기도 한 오랜 친구가 전화가 했다.

어느에요?

도서관요.

나처럼 퇴직을 하고 집에 있는데, 심심하다길래 도서관에 가보시라고 추천했었다.

그 며칠 뒤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간다고 했다. 

좋다고, 

그런데 오늘 전화에서는 이렇게 계속 지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참 그렇다. 

우린 늘 일 이야기만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모두 일이었는데, 그 이야기만 하고 살았던 것이 지금을 만든 것 같았다.

다른 이야기도 좀 했어야 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지금이라도 소소한 사는 이야기를 하고 살자. 

우리가 늘 만났던 저자가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게 인간개조를 해보자 하는 이야기를 했다. 

 

우린 너무 준비가 없었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그렇다. 

어제 오늘 나와 연결이 된 사람들은 다들 그러고 있는데, 나도 그러고 있는데, 

다들 잘 지내봅시다! 

그들에게 살가운 말을 건네지는 못했지만, 살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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