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멈추는 일이 잘 되지 않았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생각이 나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
머리를 흔드는 것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잠을 자야 생각이 멈춘다.
지금 잠이 필요한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다.
생각이 멈추는 시간, 잠.
의식이 멈추는 시간, 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잠뿐인 듯 하다.
어제는 두통이 너무 심했고, 병원에 갔다.
감정통제가 되지 않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지 며칠이다.
그냥 내달리기만 하는 생각과 감정, 어제부터는 두통이 시작되었다. 몸까지 합세한 거다.
생각과 감정, 몸.
이것들이 '삶'을 건드리는 느낌이다.
브레이크가 없는 내 것들을 그냥 아슬하게 힘이 빠져 멈추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단어가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지길 매 순간 기도하고,
내가 보는 것, 내가 듣는 것이 내 것이 아닌 듯 무심하길 기도한다.
지금이, 혹은 그때가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내 자신에게 설득한다.
삶에는 수 많은 시간들이 있었고, 그 잊혀진 시간들이 선명하게 빛을 찾거나
그 잊혀진 시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시간 속에 빛나던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내 머리 속에 가득한 생각들, 단어들을 밀어내고,
환하게 빛나던 시간 속에 수많게 흩어져 빛나고 있던 나를 모아 한덩어리의 빛으로 만들어
다시 살아갈 내 삶에 커다란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빛을 따라가 삶의 이어갈 수 있다고 이른 새벽, 나는 나에게 말한다.
쪼개질 듯 아픈 머리, 뿌연 머리, 쉴 새 없이 떠오르는 깊은 동굴 속 단어들,
애니메이션처럼 빛을 잃어 사라진 것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순간들이 스스로 그 힘을 모아 살아나길,
먼지구덩이 속에서 꺼낸 구슬을 옷에 문질러 닦아 영롱한 빛을 내고, 그 빛이 깊은 어둠의 동굴을 환히 비추고,
그 환해진 동굴에서 출구를 찾을 수 있기를,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대신해서 저것들과 싸워주길 기도한다.
오늘은 스페인 야네스 Llanes의 성페드로 길의 긴 산책을 생각하자.
지금과 같은 새벽, 깍어지르는 절벽 아래의 바다를 보며, 마주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곳에서 했던 생각을 기억하자.
'이토록 아름다운 곳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 내 나쁜 시간들은 이 순간, 이 아름다움을 본 것으로 상쇄한다.'
이미 상쇄된 것이다.
오늘 그것을 일깨워야 한다. 이 끔찍한 두통이 사라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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