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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거슬리는 것들에 대한 태도

by 발비(發飛) 2024. 7. 8.

거슬리다: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언짢은 느낌이 들며 기분이 상하다.(네이버사전)

 오늘 아침 눈을 뜨기도 전에 떠오른 단어는 '거슬리다' 였다.

 

첫번째는 새벽에 많이 내린 비때문인지, 사이렌 같은 소리가 핸펀에서 울렸다. 

비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무슨 일인가하고 깜짝 놀라 이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몇 분간은 쫄았다. 

잠에서 깨지도 못하고, 안 깨지도 못하고 놀란 가슴을 주저 앉히고 다시 잠 들었다.

 

두번째는 빗소리는 들리는데, 너무 더웠다. 엄마는 이번 여름을 위해 에어컨을 샀지만 딱 한 번 틀고는 틀지 않는다. 

한 번 틀었을 때, 긴 옷을 꺼내입고, 안방 창문과 방문을 닫고 나오지도 않고, 춥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했다. 진짜 추운 건지 에어컨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강박인건지,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난 이번 여름 에어컨을 내 손으로 켜지 않기로 결심했다. 

에어컨이 아니라 비가 와서 풍이 친다고 베란다 창문들을 모두 닫은 거다. 이 여름에 사방 문이 닫힌 아침이라니.

 

거슬렸다. 

이런 시간 속에 있는 내가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언짢은 느낌이 들며 기분이 상한 거'다.

거슬리는 것들을 받아들여야 할런지, 아님 그 상황을 당차게 거부할건지, 

첫번째 거슬림은 이런 경고문자를 수신거부할 수도 있다는데, 혹시 모르잖아 진짜 위험한 상황에 모르면 안되니까 거슬려도 할 수 없다. 마음이 언잖고 기분이 상해도 그냥 견뎌야 할 수 밖에 없다.

두번째. 이건 엄마와 별거에 들어가지 않는 한 엄마가 나를 맞추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잠시 딴 소리-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위를 타지 않는 편인데, 올 여름은 너무 덥다. 하루에 샤워를 두번씩 한다. 엄마때문에, 춥단다. 옷을 더 입으라고 해도 더 입지도 않고 문들을 자꾸 닫는다. 어차피 켜지도 않을 에어컨 사지 말자고 했는데도 이유도 알 수 없는데 고집피우고 사더니 켜지도 않는다. 뒷베란다 창에 플라스틱 도마를 가로로 세우고, 앞 베란다에 여름 대나무발을 창에 눕혀 바람에 쓸려 들어오는 비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놓고 문을 열었다. 엄마는 차마 뭐라 하지도 못하고 나처럼 거슬린다 하겠지.

 

-잠시 딴 소리 끝-

 

거슬리는 것들에 대한 태도, 이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고 해소해야 하는 것인지 오늘 아침처럼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인지, 이것이 감정에만 그칠 것인지 생각이 연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온갖 거슬림들을 다 모아보자. 그래서 오늘의 거슬림이 수 많은 것들 중에 하나였다는 것도 생각해보고, 외부의 거슬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거슬림도 체크해보자.

 

예를 들어, 

돈키호테와 같은 벽돌책  중 하나도 끝내지 못한 것

마당집에 살기 위한 해법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나의 4막을 위한 맵을 완성하지 못한 것

중구난방인 나의 소비

 

이런 것들에 비하면, 오늘 아침 두 가지의 거슬림은 사실, 암 것도 아닌거지 싶다. 

몇 줄 앞에 쓴 것 조차도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깨달음이 든다. 

무엇보다 더 거슬리는 것은 삶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거슬림의 범위가 더 할 수 없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거슬림을 해결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삶거슬림을 받아들이며 순응하며 사는 삶일단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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