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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감자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인가

by 발비(發飛) 2023. 2. 15.

집에만 있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천천히 움직이고 괜찮았다. 

일주일에 하루 일을 하러 나가고, 나머지는 일도 천천히 먹는 것도 천천히 점점 더 천천히 살고 있었더랬다. 

 

어느 날 감자라는 말티푸가 내게 왔고, 

감자는 그야말로 똥꼬발랄한 애기인데, 늘 살갑다. 

늘 쳐다본다. 발뒤꿈치를 따라다닌다. 

흔히들 말하는 분리불안의 징조도 보인다. 

그것이 시작이다.

감자의 분리불안, 내가 종일 집에 있어서 생긴 거라고들 했다. 

나만 현관 밖을 나가야 했다. 그래서 내가 나가는 것이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강아지가 살아가기 불편한 일종의 병을 나때문에 얻는 것은 안될일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딱히 갈 곳이 없다.

집에 책도 있고, 노트북도 있고, 패드도 있고, 음식도 있고, 커피도 있고, 다 있는데..., 

바깥이 불편하다. 

 

그래도 나가야 한다. 

십분 거리에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공간이 있다. 

패드를 들고 거길 갔다. 조용하고 적당했다. 며칠 그 곳에서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 곳이 마음에 들었다. 

그곳에서 운영하는 인문포럼인데, 돌아가면서 자신의 분야에 대해 발표 겸 강의를 하는 포럼에 등록을 했고,

이 달 말에 첫번째로 내가 강의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또, 내친 김에 그곳의 공유사무실에  입주신청을 했고, 1차 심사에 통과했다고 했다. 

오늘 사업계획을 가지고 면접을 보러 간다. 

엄청 심혈을 기울이거나 계획을 했던 것이 아니라 걸어서 십분 거리에 갈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언젠가부터 아이디어로 생각했던 것들 적어내었더랬다. 

어젯밤에 그곳을 구체화 시키는 문서 작업을 했다. 

하면서 생각했단. 별 생각이 없었구나. 그런데 하면 좋겠다. 뭐 이런 생각. 

 

감자는 저를 두고 오후에 면접을 보기 위해 나가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옆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어제 감자를 산책시키기 위해 동네 공원에서 서너사람을 만났다

감자의 언니 오빠들.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몸이 움직였고, 마음이 움직이고, 에너지가 돌고 있다. 

그래서 내게 감자를 놓고 간 건가.

그러라고 감자가 여기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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