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
지금도 시를 쓰고 있다면, 아주 가까운 선생님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꽤 오래 전에 뵙고 뵙지 못했다.
시 혹은 선생님의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오늘 장례식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선생님의 아내, 그러니까 사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이 났다.
20년 가까이 되었다.
사모님께서 환갑도 되지 않은 연세에 돌아가셨고,
우리들은 사모님의 장례식장에서 일을 도왔다.
그때, 나는 오빠의 죽음에 대해 여전히 압도되어있던 때라 '죽음'을 피하거나 '죽음'에 묻히거나 둘 중 하나였나보다.
오빠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맞은 누군가의 죽음.
되도록이면 장례식장은 피했는데, 사모님의 장례식장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늦은 밤, 나는 먼 발치에서 한 두번 뵌 것이 전부인 사모님의 영전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나는 사모님께 그곳에 가시거든 우리 오빠에게 말 좀 건네달라고 부탁했다. 많은 부탁을 했다.
그렇게 철철 울고 있는데, 선생님의 아들이 갑자기 상주방에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그 분도 당황했다.
시간이 지나 오늘이 되었다.
선생님의 부고를 받고, 여러 생각이 났다.
한 때 총아로 불리셨으나 한 때에 갇힌 선생님의 삶과 죽음, 그의 시간들.
그 중 내가 곁에 있었던 몇 년. 그리고 그 후의 시간들.
오늘 장례식장에 가면 그 때 그 시간들이 그 때의 사람들과 함께 되살아날 것이다.
놀랍게도 선생님의 죽음보다
이런 것들로 머릿속이 와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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