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딴 소리부터-
15년 전쯤에 다니던 회사에서 알던 음악감독이 있다.
처음 만났던 때의 기억은 없고, 언제 친해졌는지 기억도 없다.
5년, 6년마다 한 번씩, 띄엄띄엄, 자주 만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가 나의 삶과 생각을 좋아한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은 흔치 않기에 자존감이 떨어지면 그런 사람의 말이 마중물처럼 필요하다
신기하게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이 떠오른다.
여름이 끝나갈 즈음 그랬다.
-잠시 딴 소리 끝-
신감독과 통화를 했다.
거의 한달만에 한 통화다.
그는 묻지 않았으나 나는 답했다.
이러면 돼?
그는 분명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돼! 였다.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질문으로 생각했고, 한 달 뒤 대답을 했다. 마음이 좋았다.
그 말을 했더니 그도 좋다고 했다.
서로에게 '땡큐'했다.
5년에 한 번, 생각날 때만 통화해도 좋은 사이.
한 달 전 신감독은 내게 "왜 그래, 누나!" 라고 했다.
그와 전철이 오가는 소란스런 플랫폼 벤치에 앉아 전철 안전문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통화를 했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유리창에 어릿어릿 비치는 내 모습을 보는데,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어떤 것을 했던 사람이거나
나는 어떤 것을 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었다.
두 가지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실존이 아니다.
실존은 현재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한 말들은 힘을 가지지 못했다.
현재에 있지 않으며 공허했던 거다.
그가 그것을 알아챈 것이다.
전화를 끊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그를 의식하지 않은 채 지난 한 달간 현재의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레이어프 쇼피 등록과 면세점 입점에 관해 좀 더 집중해서 1차 등록에 성공했다.
월, 목에는 이모티콘 기획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바질토마토에이드와 블루베리잼, 밤잼도 여러병 만들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성당도 다닌다.
방사형인간이 되었다.
산만하고 실속이 없을 수 있겠지만, 그런 나를 인정한다.
언젠가는 어느 방향의 화살표는 길어지겠지.
지난 한 달간이 맘에 든다.
오늘 인스타그램에 요리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냥 해보자 싶어 시작한다.
내가 요리를? 뭔가 어색하고 웃기다.
생각지도 않은 통화에서 방향이 틀어지고,
삶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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