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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묻지 않은 질문에 [답]하다

by 발비(發飛) 2022. 10. 5.

-잠시 딴 소리부터-

 

15년 전쯤에 다니던 회사에서 알던 음악감독이 있다. 

처음 만났던 때의 기억은 없고, 언제 친해졌는지 기억도 없다. 

5년, 6년마다 한 번씩, 띄엄띄엄, 자주 만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가 나의 삶과 생각을 좋아한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은 흔치 않기에 자존감이 떨어지면 그런 사람의 말이 마중물처럼 필요하다 

신기하게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이 떠오른다.

여름이 끝나갈 즈음 그랬다. 

 

-잠시 딴 소리 끝-

 

신감독과 통화를 했다. 

거의 한달만에 한 통화다. 

그는 묻지 않았으나 나는 답했다.

 

이러면 돼? 

 

그는 분명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돼! 였다.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질문으로 생각했고, 한 달 뒤 대답을 했다. 마음이 좋았다. 

그 말을 했더니 그도 좋다고 했다. 

서로에게 '땡큐'했다. 

5년에 한 번, 생각날 때만 통화해도 좋은 사이. 

 

한 달 전 신감독은 내게 "왜 그래, 누나!" 라고 했다. 

 

그와 전철이 오가는 소란스런 플랫폼 벤치에 앉아 전철 안전문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통화를 했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유리창에 어릿어릿 비치는 내 모습을 보는데,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어떤 것을 했던 사람이거나

나는 어떤 것을 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었다. 

 

두 가지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실존이 아니다. 

실존은 현재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한 말들은 힘을 가지지 못했다. 

현재에 있지 않으며 공허했던 거다. 

그가 그것을 알아챈 것이다. 

 

전화를 끊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그를 의식하지 않은 채 지난 한 달간 현재의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레이어프 쇼피 등록과 면세점 입점에 관해 좀 더 집중해서 1차 등록에 성공했다. 

월, 목에는 이모티콘 기획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바질토마토에이드와 블루베리잼, 밤잼도 여러병 만들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성당도 다닌다.

 

방사형인간이 되었다. 

산만하고 실속이 없을 수 있겠지만, 그런 나를 인정한다. 

언젠가는 어느 방향의 화살표는 길어지겠지.

지난 한 달간이 맘에 든다. 

 

오늘 인스타그램에 요리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냥 해보자 싶어 시작한다. 

내가 요리를? 뭔가 어색하고 웃기다. 

 

생각지도 않은 통화에서 방향이 틀어지고, 

삶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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