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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초대

by 발비(發飛)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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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로의 초대

 

아침해가 해가 온 집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매해 느끼지만 늘 봄햇살은 달랐다. 그리고 새삼스럽다. 

 

일요일 친구가 사놓고 간 에그타르트를 에어프라이어에 데우고

요즘 즐겨 쓰는 모카포트에 에스프레소를 내려, 데운 우유에 부어 카페오레를 만들었다.

집안 가득히 들어온 햇살들이 살짝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을 즐긴다. 

 

1. 파키스탄 북부 훈자마을의 히말라야 거대한 산자락에 있던 게스트하우스에 2주 정도 묵었었다.

일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스트하우스에 한국책 몇 권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었다.

한글로 된 문장이 그리웠다. 어떤 말이라도 소리내어 읽고 싶었더랬다. 

그곳에 있었던 책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시인이 펴낸 시집이다. 

시간이 날때마다 마주하고도 믿어지지 않은 거대한 산을 바라보며 소리내어 시들을 읽었었다. 

그때, 읽었던 '초대'라는 시,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파키스탄의 맨 북쪽에 어쩌다 간 것이었지만, 누군가에 의해 초대된 듯 했다. 

내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품어주었었다. 

 

파키스탄 훈자 하이데르인 게스트하우스 테라스에서 본 히말라야

 

오늘 아침,  봄햇살이 온집을 뒤지고 다니는데, 나는 나의 밀실을 들킨 듯한 마음으로 햇살의 움직임을 살핀다. 

마치 이곳의 주인이 내가 아닌 해의 것인듯 햇살의 눈치를 살피다. '초대'라는 시가 떠올랐다.

'당신'을 '나'를 바꾼다. 

 

내가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에그타르트와 카페오레를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아침일 뿐이다. 

 

 

2. 2015년 나는 산티아고순례길을 한달간 걸었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끌고 이동한 곳이 포르투칼의 포르투였다. 

게스트하우스에 몸을 눕히고 며칠을 근근히 버티며 몸을 추스리며, 그곳의 아름다운 강과 다리와 바다와 항구를 봤다. 

그곳을 떠나기 하루 전날, 빨래방 앞에서 우연히 만난 Nelson과 처음 먹은 음식이 에그타르트와 에스프레소였다. 

포르투에서 태어나 자란, 넬슨과 보낸 그 하루는 내 삶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나답게 자유롭게 즐거운 날을 보냈다. 

그때는 그런 줄 몰랐지만 말이다. 

나는 그의 세계에 초대되어, 그가 권하는 장소에, 그가 권하는 메뉴에, 그가 권하는 와인을, 그가 권하는 어느 바에서 그가 신청한 어느 음악에 맞춰 그 하루를 살았고, 춤을 추었고, 그와 함께 해서 자유로운 나를 사랑했다. 

에그타르트, 그의 초대였다.  나는 에그타르트만 보면 넬슨을 생각한다.

그리고 자유로웠던 그 하루의 나를 사랑스럽게 되돌아본다. 언젠가부터 그 하루를 선물한 넬슨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그 마음을 전할 수 없지만 말이다. 

 

Nelson Alves와 에그타르트, 에스프레소

 

초대, 

 

초대를 받는다는 건, 그래서 응한다는 건 그저 그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것, 생각한 것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듯 던져버리고, 그의 세상으로 들어가 그 세상에 발맞추는 것이다. 

 

봄햇살이 아무렇지도 않게 온 집을 뒤지고, 

에그타르트는 한없이 부드럽다. 

 

여긴 나의 집이지만, 초대받은 듯 설레인다. 

 

 

초대

 

당신이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는 

내겐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무엇때문에 고민하고 있고

자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꿈을 간직하고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몇 살인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당신이 사랑을 위해

진정으로 살아 있기 위해

주위로부터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알고 싶다.

 

어떤 행성 주위를 당신이 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슬픔의 중심에 가닿은 적이 있는가

삶으로부터 배반당한 경험이 있는가

그래서 잔뜩 움츠러든 적이 있는가

또한 앞으로 받을 더 많은 상처때문에 

마음을 닫은 적이 있는가 알고 싶다.

 

나의 것이든 당신 자신의 것이든

당신이 기쁨과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미친 듯이 춤출 수 있고, 그 환희로

손가락 끝과 발가락 끝까지 채울 수 있는가

당신 자신이나 나에게 조심하라고, 현실적이 되라고.

인간의 품위를 잃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 않고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이야기가 진실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할 수 있는가

배신했다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더라도

자신의 영혼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싶다.

 

그 어떤 것이 예쁘지 않더라도 당신이 

그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가

그것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 나는 알고 싶다. 

 

당신이 누구를 알고 있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당신이 슬픔과 절망의 밤을 지새운 뒤

지치고 뼛속까지 멍든 밤이 지난 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나와 함께 불길 한가운데 서 있어도

위축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내면으로부터 무엇이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자기자신과 홀로 있을 수 있는가

고독한 순간에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을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는가 알고 싶다.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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