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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by 발비(發飛) 2022. 3. 1.

두 번은 없다 Nic dwa razy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 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뭐랄까?

운명인가?

 

최근 삶과 죽음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을 한다고 뭐 뾰족한 답도 없이 삶과 죽음을 유예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이 시를 받았다. 

 

최근 어느 모임에도 만난 분인데, 잘 알지 못하는 분인데, 

시를 보내주셨다. 

 

 

-잠시 딴 소리-

 

누구나 경험을 하겠지만 어떤 모임에서 단톡방이 열리면, 

꼭 한 두명이 시나 사진이나 영상을 올린다. 

대개 공감할 수 없어, 전철역 앞에서 받은 전단지처럼 손에 쥐고 있다 가장 가까운 휴지통에 버린다. 

그때마다 나는 그에게 타인이고, 

그에게 나 또한 타인이구나, 절감한다. 

공감을 하기 어렵다. 

하나의 마음이 되기 어려웠다.

나는 그들이 될 수 없고, 

그들은 나의 우리가 될 수 없어 절망했다. 

 

-잠시 딴 소리 끝-

 

 

여느 때처럼 엉겁결에 받은 전단지처럼 바로 앞에서는 민망해서 읽는 척하며 읽다가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

일주일동안 현관 밖에도 나가지 않고, 티비도 보지 않고, 

넷플릭스에서 지난 드라마들을 정주행하며, 현관 밖에 흐르는 시간 따위는 나의 멈춰버린 시간과 무관한 날들을 보냈다. 

같은 날들이었다. 

그런데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는 이라는 구절에서 의미없던 일주일의 하루 하루가 수채화의 하늘처럼 희미하게 다르다는 것, 나름의 의미가 있는 공간의 메움이라는 것, 시간의 메움이라는 것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게 편한대로 해석을 하며, 한 줄 한 줄 정성스레 읽고, 

성에 차지 않아 

일주일만에 붓과 벼루를 꺼내 필사를 했다. 

 

잘 알지 못하는 그 분,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을 그 분과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같은 마음이 되었음에 좋았다.

같은 시간에 같은 시를 보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 기뻤다. 

 

모두가 달랐다. 

찰나도 같은 적이 없었음을

찰나마다 그는 다른 그였고, 다른 나였고

순간마다 너는 다른 너였고, 다른 나였고

선이었다가, 악이었다가

의미가 있었다가 무의미했다가

매 순간이 모두 처음이었고, 달랐다. 

존재의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닐까?

다름, 

같음이었다면 이미 존재하는 것에 귀속되었을 것이다. 

'다름'만이 존재의 생성이었을 것이다. 

 

'존재'의 의미는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존재'의 아름다움은 '사람질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잘 알지 못하는 분과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이 되어 일치점을 만났다. 

 

 

 

두 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므로 너는 아름답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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