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그리고 베를린에서]를 온 마음으로 깊이 몰입해서 보았다.
하례디 공동체에서 비정상인이었던 에스티는 베를린으로 떠나 엄마인 레아를 비롯해 자신과 닮은 이들이 모인 곳에서 삶을 느낀다.
내가 사는 삶은 내가 속한 공동체의 외적인 모습, 교육, 규칙으로 분류하여 정상 비정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전 인류를 통틀어 놓고 보면 누군가와 같은 부류가 되고, 그 누군가와는 자연스럽고 보편적이고 정상적이 된다.
그 시간에는 자신의 삶이 된다.
에스티와 어떤 시간의 나처럼.
-잠시 딴 소리-
스페인 그라나다 호스텔에서 만난 이탈리아 방송국 피디 로렌조,
처음 통성명을 할 때 그의 이름을 듣고 타비아니 감독의 영화 로렌조를 재미있게 보았다고,
이름이 로렌조라 더욱 반갑다고 했을 때,
로렌조는 타비아니 감독을 어떻게 아냐며,
자신이 피디를 하게 된 계기가 타비아니 형제 감독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한국사람이 타비아니를 알 수 있느냐고 놀라워했다.
그리고 시작된 보았던 영화이름 말하기에서 서로에게 압도되었다.
좋아하는 영화, 본 영화들이 90퍼센트 정도 일치하였다.
서로 반가웠고, 얼싸 안고 영화이야기를 원없이 나눴다.
서울에서는 영화 본 이야기를 하면,
대체 너는 그런 영화를 어디서 봤냐고, 암튼 특이해, 라는 말을 들었고,
어느 때부터 영화를 무지하게 보면서도 영화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그때부터 생각했다.
세상을 놓고 보면 나와 닮은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그럼 그것으로 되었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잠시 딴 소리 끝-
[공동체]
뉴욕 윌리엄스버그
브룩클린의 오래된 붉은 벽돌 아파트와 전선들이 얽힌 거리에는 강경 유대교 교파인 하례디 공동체가 모여살고 있다. 이 거리에는 유대 정통 복장을 한 남자와 가발이나 두건 쓴 여자들이 비슷한 모양의 옷을 입은 여자들을 있다. 딱 봐도 그들이다.
랍비를 중심으로 어릴때부터 공동체 교육을 받고, 함께 기도하고, 서로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통제한다. 정상인에 대해 강박이 있고, 다름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한다.
결혼은 중매, 성생활은 오직 출산 중심, 결혼식날 여자는 삭발, 외모, 예술 등 아름다움의 추구는 유혹으로 규정, 탈무드는 남자만, 다산은 하느님의 축복, 기혼 여성의 공동체 의무 수행 기준은 출산 혹은 다산, 스마트폰 금지, 컴퓨터 사용 금지. 신용카드 사용 금지 등 현대인의 편의성에 관련된 것들은 모두 금지, 이러한 규칙들을 지키며 맨하탄에 직장을 가지고 공동체를 이루고 현재를 산다.
탈출 혹은 이탈을 감행한 사람은 신의 이름으로 찾아낸다.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이를 구하는 것은 율법이다. 공동체 안에서 교육받고 규칙속에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공동체 밖에서 살아갈 수 없다. 공동체 밖은 끝내 견디지 못한 지옥이라 탈출한 이는 대부분 다시 돌아와 공동체의 규칙을 받아들이면 살 수 있다.
베를린
독일은 유대인을 학살 성지이다. 하례디 공동체의 사람에게는 순교자 성지순례를 하는 곳이다. 과거의 베를린은 그들의 정체성, 세상과 분리하여 공동체를 만들어 사는 이유이다. 현재의 베를린은 학살의 현장였던 호수에서 세계에서 모여든 시민들은 어우러져 수영을 한다.
그곳에 세살 때 자신을 버린 엄마가 레즈비언으로 살고 있다. 곡선 지붕에 초록나무, 광장이 훤히 보이는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에서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다.
에스티가 베를린에 도착한 날,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를 따라 음악원에 들어가 늘 몰래 듣던 음악을, 그들은 연습연주였지만 에스티로서는 처음으로 듣는 최고의 공연이었다. 눈물을 흘린다. 이후 에스티는 음악원에서 몰래 지내며, 음악단원들과 친구가 되고, 음악감독의 도움으로 오디션도 보게 된다.
음악원에는 예멘, 이스라엘 나이지리아, 폴란드 등 세계 각지에서 온 단원들이 모여있다. 연습실에서는 함께 연주를 하고, 기숙사에서는 디너파티를 하고, 함께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동료의 연주가 있으면 클럽에 함께 클럽에 가기도 한다. 이방인인 에스티가 오디션을 볼 댄 각자 의견이 달라도 모여 응원을 한다.
-또 잠시 딴소리-
베를린에 특별한 마음이 있다.
내가 본 베를린은 영화에서 본 것이 전부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1987)
[굿바이 레닌](2003)
[타인의 삶](2006)
꼭 다시 봐야지 생각하는 인상 깊게 본 영화들이다.
베를린
영화에서 보이는 대로 보면,
크게 상처입은 곳.
상처입은 사람들의 도시.
생각은 가득한데 말이 없는 도시.
내게는 그런 도시였다.
-잠시 딴 소리 끝-
에스티가 베를린에 갔다.
17살까지 학교를 다니고, 18살에 중매로 얀키와 만나 결혼을 하여 율법대로 아이를 가지기 위해 애쓰지만 사랑을 모른 채 오직 아이를 갖기 위해 가지는 관계는 에스티에게는 신체적 고통을, 얀키에겐 남자로서의 트라우마를 남긴 채 겨우 잉태를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한 얀키는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자격지심으로 에스티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에스티는 엄마가 남긴, 독일 시민권자가 될 수 있는 증명서로 여권을 만들고, 여자의 목소리로 노래를 들을 수도 부를 수도 없음에도 남몰래 함께 듣는 연대를 이뤘던 할머니의 사진과 결혼 폐물을 판 돈을 가지고 하례디 공동체를 탈출하여 베를린으로 탈출한다.
음악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결혼식날 삭발한 후 줄곧 쓰고 있던 가발을 유대인들이 학살되었다고 하는 호수에서 벗어버리고, 오디션의 기회를 얻고, 입고 있던 옷을 새옷으로 갈아입고, 엄마를 만나고, 클럽을 가고, 남자와 사랑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에스티의 남편 얀키, 공동체의 문제아인 모이셰는 에스티를 찾기 위해, 에스티의 엄마, 에스티는 공동체를 떠나기 위해 베를린에서 모였다.
에스티는 아이를 낳기로 하고, 여자에겐 금지된 노래로 오디션을 보고, 엄마와의 오해를 풀고,
얀키는 그런 에스티의 진심을 보았고, 자신 또한 유대인 정통 머리를 자르며 눈물로 진심을 보이지만 결론은 공동체로 돌아가자는, 에스티는 늦었다며 거절한다.
공동체의 이탈자 모이셰, 공동체로 돌아왔지만 몰래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포커를 하고, 여자를 사고, 회개의 기도를 한다. 이탈자에서 경계자가 된다.
경계자인 모이셰가 이곳과 저곳을 넘나들며 불안한 삶을 사는 것과는 달리,
엄마 레아는 분명한 선택을 하였고, 에스티 또한 그런 엄마를 닮았길 바란다. (나도)
에스티가 베를린에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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