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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대로 映畵

[영화] 줄리 앤 줄리아

by 발비(發飛) 2021. 11. 3.

 

눈을 떠보니 햇살이 이쁜 아침이었다.

별 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목표이다. 

 

어제 친구들이 다녀간 탓에 평소보다 많이 나와있는 접시들과 컵들을 제자리에 정리했다. 

소파도 제자리에, 리모컨도 제자리에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으니, 

어제가 없었던 듯 햇빛이 더욱 쨍해진다. 

 

아리차 원두를 어제보다 좀 더 가늘게 갈아 커피를 내리고

친구가 들고 왔던 롤케익(파리바케트에서 가장 많이 팔려 기네스북에도 오른 실키롤케익이라고 박스에 적혀있었다)을 

며칠 전 조각천을 누벼 만든 매트 위에 놓았다. 

 

햇빛은 모든 것들을 가지런하고 평화롭게 만든다. 

마치 그곳이 원래 제자리인 듯 마음을 놓게 만든다. 

 

나도 해가 비치는 곳에 딱 그 자리인듯 자리를 하고, 

넷플릭스에서 줄리 앤 줄리아를 재생한다. 

 

 

그녀들도 실화이고, 나도 실화이고, 

그녀들도 다 괜찮은데, 뭐지....? 나도 괜찮은 것 같은데, 뭐지.....?

사람이라 그럴 것이다.

 

요리, 요리도 그렇지만 삶의 생동감을 찾아가는 과정.

누구나 괜찮은 삶을 산다. 그래도 타인에게 그 정도면 괜찮으니 걱정마 하고 어깨를 두드려준다. 

 

나는 계이름으로 상태를 설명할 때가 많은 편인데,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모두 괜찮다. 저마다 자리가 있고 소리가 있으니 괜찮은 거다. 

 

5선 가장 아랫줄에 몸을 붙이고 있는 '레', 

줄리아도 줄리도 나도 '레'.

 

모두  '솔'이 되고 싶은 걸지도. 

찌르는 듯이 날카롭지도 않고, 중력에서 적당히 벗어나

제비처럼 적당한 높이로 날며 적도까지 넘나들지는 않지만,

저 먼데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

돌아올 수도 돌아갈 수도 있는 힘이 있는,

'솔'이다. 

 

아침에 잠시 비치는 햇빛에 온 몸을 기울여 에너지를 얻는 '겨우' 

'레'로 문제 없이 먹고 마시고 살고.

찰랑이듯 잔잔한 호흡,

 

오래 전 줄리아와 얼마 전의 줄리와 지금의 나와 찰랑이지만 잔잔한  '레'

'미'.... '파'....'솔'.....

그렇게 생기를 찾아가는 이야기. 

 

영화가 끝나고, 크래딧을 보면서 

별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살아도 괜찮지만, 

나는  '레'도 괜찮지만,

 

'솔'을 생각하는구나. 

 

 

"뒤집을 땐 용기를 가져야해요.  무른 반죽일 경우에 더욱...

떨어진 건 다시 붙이고..., 피아노처럼 연습이 필요해요.  아임 줄리아 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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