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뉴스가 넘친다.
그 와중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았다.
판타지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탄 것은 또 하나의 장을 연 것이라고 했다.
판타지 소설이 주류 소설로 들어오고, 판타지 드라마가 티비에서 자연스럽게 방영되고, 우리는 판타지 세계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판타지는 상상의 세계이다.
실존이 아닌 거다. 미래이긴 해도.
판타지가 어느 날 실존이 될 수 있다.
우선, 안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난 대선때 안희정을 모티브로 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래서 어제 사람들이 이 블로그에 엄청 다녀갔다.
몇몇은 댓글로 안희정 전지사에 대한 욕을 쓰고 갔다.
나는 지웠다.그에 대한 욕이 싫어서가 아니라 블로그에 욕이 있는 것이 싫어서, 아주 단순하다.
그리고, 안희정 지사가 미투에 관한 연설을 한 것을 들었다.
그의 연설은 언제나처럼 정연하고, 확고하고, 단호했다.
그리고 그의 연설과 상반되는 짓을 했다.
나는 지난 대선 때 안희정 지사를 어떤 불안함을 지우지 못해 그를 찍지 않았다. 하지만 차기 주자로서 든든했었다.
그의 단호한 신념이 마음에 들었었다.
그의 대중을 향한 쇼맨십도 마음에 들었었다.
이번 일로 생각을 해 보았다.
대면할 수 있는 이들을 빼고 타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한 대부분의 것은 그들의 말이었다.
공인이면 더욱 그렇다.
나는 말을 한다.
게다가 나는 늘 누구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그 마음을 알 수 없으니, 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말. 말하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어제는 '말'이 머릿속에 있어서인지, 이 영화가 말의 프레임으로 보게 되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
말을 하지 못하는 그(물고기 모양의 사람, 토테미즘적 존재).
영화는 우화적이고, 동화적이었다.
신데렐라이야기이기도 하고, 미녀와 야수이야기이기도 하고, 슈렉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만한 이야기가 성인판으로 청소년 관람불가로 만들어졌다.
동화가 그렇듯, 알고 보면 수많은 장치들이 있다.
셰이프, 모양, 형태.
흑백, 동성애, 장애인, 국적, 외모, 냉전까지 모두 모양인 것이다.
사람의 본질이 셰이프,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온갖 재료들을 동원해서 보여준다.
비평가들이 언급하기 좋은 재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잘 녹아있다. 판타지라서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에 대해 말한다.
그들은 말을 나누지 않는다.
화장실을 닦고, 피를 닦고, 자위에 사용하던 손가락을 그에게 내민다.
그 손끝 만으로 사랑의 교감이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그도 마찬가지다. 갈퀴가 있는 손으로 그녀와 교감을 하고, 누군가에게는 치료가 된다.
(ET의 손가락이 생각난다)
말이 필요 없었다. 손끝으로 마음이 움직인다.
두 개의 손가락이 잘린 나쁜 놈은 두 개의 손가락을 다쳐도 여자를 녹일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섹스 후 검게 썩어갔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말이 필요하지 않은 사랑, 만남, 일을 해야겠구나, 착한 마음으로 말을 줄여야겠구나, 하고
마치 어린 아이가 동화를 읽은 뒤, 착하게 살겠다고 마음먹는 것처럼 마음을 먹었다.
정치인의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가 연설을 잘 하는 것이다.
더 나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 예수도,부처도 모두 명연설가들 이었다.
말이 아니면 어떻게 생각을 전달할 것인가.
무슨 수로 대중들에게 일일이 그 마음을 표현할 것인가.
영화에서 엘라이자는 손가락으로 그 마음을 표현했다.
그 마음이 닿은 이가 몇몇 있었다. 몇몇 뿐이었다.
안희정 지사의 일이 내게 준 가장 큰 숙제는 누군가의 말을 어떻게 진실과 가깝게 듣느냐 하는 것이다.
미투운동이 준 가장 큰 숙제는 아무도 모를 누군가의 숨겨진 욕망을 어떻게 파악하는가 이다.
그것을 선의와 어떻게 구분하느냐 하는 일이다.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
말이 내게서 희석된 다음에,
다시 이 영화를 보고 싶다.
물과 같은 사랑.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는 사랑.
인간인데...., 하는 마음으로 다시 보고 싶다.
'보는대로 映畵' 카테고리의 다른 글
[NETFLIX] 그리고 베를린에서 (0) | 2022.02.11 |
---|---|
[영화] 줄리 앤 줄리아 (0) | 2021.11.03 |
[임순례] 리틀포레스트 (0) | 2018.03.02 |
[고레에다 히로카즈] 세번째 살인 (0) | 2017.12.19 |
[미국] 러덜리스 (Rudderless, 2014) (0) | 2015.08.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