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딴 이야기부터-
오늘 아침은 프랑스사람처럼 카페오레를 마셨다.
맛은, 성공에 가까웠다.
프렌치프레스로 우유거품을 만들어 어제 커피수업에서 내려온 더치커피에다 올렸다.
커피에 우유를 더하니 끼니가 되었다.
-잠시 딴 이야기 끝-
파키스탄 훈자에서 열흘에서 보름정도를 머물렀는데,
밥 먹고 하는 일이라고는 훈자의 뒷산인 히말라야의 산길을 걷는 것 뿐이었다.
바스락거리는 에델바이스를 꺾어 손에 들고 독수리만 산다는 이글네스트를 지나다녔다.
인도여행의 치열함 뒤에 머문 훈자라서 그럴 수도 있고,
훈자 자체의 심심함 때문일수도 있고, 하루 세끼를 꼭꼭 챙겨먹었다.
아침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해주는 계란후라이, 짜파티 그리고 우유였나 커피였나
(커피였을리가 없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점심에는 작은 가게에서 사온 돼지기름이 든 중국 컵라면에다 김치를 먹었다.
그곳에서 김치라니..., 지금 생각해도 대단했다.
훈자의 작은 가게에서 양배추와 적은 양의 소금, 마늘, 고추가루를 살 수 있었고,
네팔 포카라 홍금보식당 사장님께 배운대로 페트병으로 초간단 김치 담궈 훈자에 머무는 내내 아껴먹었다.
아침 점심이 간단했던 터라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늘 설레었다.
훈자 마을 한 가운데 쯤 짜파티를 굽는 탄두리가 있었는데,
저녁에만 탄두리 화덕을 열어 온 마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짜파티를 샀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서서 늘 커다란 짜파티 두 장을 샀더랬다.
바로 앞 양꼬치 식당에서 양꼬치를 하나 혹은 두 개를 사서 짜파티 가운데 쭉 빼놓고 돌돌 말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오시카'의 배경인 훈자계곡을 내려다보며 아무지고도 결연하게 저녁밥을 먹었다.
열흘 동안 같은 메뉴였지만, 일상의 한끼가 아니라 늘 별식이었고 행복했다.
그것은,
아마도 낮동안 할일 없어 오르내렸던 히말라야 협곡트레킹과
캄캄한 하늘을 뿌옇게 가로지른 은하수, 그 위아래로 유성이 쉼없이 떨어지던 밤하늘 때문이었다.
현재가 새로운 경험으로 저장될 수 없을 때, 기억은 소환되는 것일까?
혹은 망각이 아니라 기억으로 존재하기 위한 저항인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삶의 지속을 요구하는 것일까?
프랑스 사람처럼 카페오레로 먹은 아침, 한끼가 이야기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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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가는 나를 위해
과거가 대부분은 나를 위해
현재에도 과거가 묻어있기를 바라는 나를 위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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