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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허연] 가시의 시간 1

by 발비(發飛) 2018. 9. 13.

가시의 시간 1

 

허연

 

내 온몸에 가시가 있어 밤새 침대를

찢었다. 어제 나의 밤엔 아무것도 남지 

못했고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했다.

가시는 아무런 실마리도 없이 밤마다 돋아

나오고 나의 밤은 전쟁이 된다.

출구를 찾지 못한 치욕들이 제 몸이라도

지킬 양으로 가시가 되고 밤은 길다.

가시가 이력이 된 날도 있었으나 온당치

않았고 가시가 수사(修辭)가 된 적이 있었으나

모든 밤을 다 감당하진 못했다. 가시는

빠르게 가시만으로 환전해졌고 가시만으로 

남았다. 가시가 지배하는 밤. 가시의 밤

 

 

ocn의  새 드라마 <손 the guest>, </손>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본격샤먼 엑스시즘 드라마다. 

어릴 때 우연히  <엑소시스트> </엑소시스트>본 이후, 그 공포와 충격으로 무서운 영화를 보지 않는다.

괴물처럼 생긴 것들이 등장하는 SF, 피가 흐르는 느와르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이야기를 하면 안 본 영화가 하도 많아 사람들과 말을 섞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엔 기다렸다.

기대해 마지 않는 어느 작가가 그 분야의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보는 지점을 보고, 그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적어도 대답이라고 하기 싶기 때문이었다. 

 

첫회.

 

무서웠다. 

 

엄청.

 

끝나고도 무서웠다. 

 

가시다. 

 

내게서 가시가 돋아났다. 

 

공간 안에 흐르는 소리들은 점점 커지고, 

내 몸을 감싸는 모든 것들이 생물인 듯,

움직일 때마다 가시에 찔린 듯 큰 소리를 낸다. 

 

사람을 생각했다. 

 

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내 생각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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