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의 시간 1
허연
내 온몸에 가시가 있어 밤새 침대를
찢었다. 어제 나의 밤엔 아무것도 남지
못했고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했다.
가시는 아무런 실마리도 없이 밤마다 돋아
나오고 나의 밤은 전쟁이 된다.
출구를 찾지 못한 치욕들이 제 몸이라도
지킬 양으로 가시가 되고 밤은 길다.
가시가 이력이 된 날도 있었으나 온당치
않았고 가시가 수사(修辭)가 된 적이 있었으나
모든 밤을 다 감당하진 못했다. 가시는
빠르게 가시만으로 환전해졌고 가시만으로
남았다. 가시가 지배하는 밤. 가시의 밤
ocn의 새 드라마 <손 the guest>, </손>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본격샤먼 엑스시즘 드라마다.
어릴 때 우연히 <엑소시스트> </엑소시스트>본 이후, 그 공포와 충격으로 무서운 영화를 보지 않는다.
괴물처럼 생긴 것들이 등장하는 SF, 피가 흐르는 느와르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이야기를 하면 안 본 영화가 하도 많아 사람들과 말을 섞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엔 기다렸다.
기대해 마지 않는 어느 작가가 그 분야의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보는 지점을 보고, 그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적어도 대답이라고 하기 싶기 때문이었다.
첫회.
무서웠다.
엄청.
끝나고도 무서웠다.
가시다.
내게서 가시가 돋아났다.
공간 안에 흐르는 소리들은 점점 커지고,
내 몸을 감싸는 모든 것들이 생물인 듯,
움직일 때마다 가시에 찔린 듯 큰 소리를 낸다.
사람을 생각했다.
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읽히는대로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연] 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 (0) | 2021.08.10 |
---|---|
[일기] 똑같아-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 (0) | 2020.10.16 |
[허연] 지독한 슬픔 (0) | 2018.09.03 |
[이영광] 가을 (0) | 2018.08.17 |
[오현] 아득한 성자 (0) | 2018.05.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