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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Bob Dylan] What can I do for you?

by 발비(發飛) 2017. 1. 2.





국면이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들 한다. 


지난 해, 나는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였으나, 찾지 못했고,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떠돌았던 만큼 2016년이 개운하지 않았다. 미진한 느낌, 혹은 남아도는 느낌. 

내일과 내년을 포함한 미래가 있으나 그 미래가 달갑지 않고, 기대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현재와 유사하거나 현재보다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좀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싶다. 


모씨와 통화를 하다가, 지난 해 나는 융자금을 갚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새해에는 구멍이 듬성듬성한 국민연금을 추납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내게 모든 목표가 왜 숫자만이냐고 물었다.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며, 좀 다른 철학적인 목표는 없냐고 했다. 

없다고, 이 목표도 없을 때보다는 있어서 훨씬 낫다고 했다. 


그는 잘 나가는 사람인데, 그런데도 늘 예술을 하지 못해 연옥에 살고 있는 듯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새해에는 꼭 예술다운 예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나도 그런 적이 있다고... "중얼거렸다. 아마 그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숫자가 목표인 내게 실망을 한 듯, "인간의 최고 가치는 예술을 하는 것에 있다"고 했다. 

"그렇지요. 인간이 고등하다고 하는 이유, 맞아요. 예술적인 삶이 인간적인 삶이에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제서야 그는 하지만 어렵다고, 자신은 예술을 하고 싶은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흐지부지 새해 덕담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렇지만, 내가 아주 조금 구체적으로, 생각한 새로운 국면은 사실 숫자가 아니다.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던 것을 자주 생각하게 되어 꽤 진지하게 염두에 두고 있다.


내가 고향집에 갈 때마다 보는 것은 엄마의 기도이다. 

엄마는 새벽마다 거실에 나와 성모상 앞에 촛불을 켜두고 묵주기도를 한다. 

내가 이 정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엄마의 기도발이라는 생각을 가끔한다.  

엄마가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좋다. 

그래서 기도하는 엄마를 몇 번이고 불러서, 지금 기도는 나를 위해서 해달라고 꼭! 꼭! 그렇게 말한다. 

엄마는 기도를 하다말고, 나를 돌아보며, 그럼, 그런다. 

그럼 뭔가 억울한 마음이 좀 없어지기도 한다. 


그 기도를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종교에 대해 마음을 열어보려고 한다. 

삶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희망이 꼭 내게만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내게 희망이 없다면, 누군가의 희망을 위해서 기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꼭 내 삶이 아니면 어때. 

꼭 나의 삶에서 기뻐야 하고, 

꼭 나의 삶이 부유해야 하고, 

꼭 나의 삶이 행복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를 기댄 누군가의 삶이 그렇게 되어도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처음 해 보았다. 


지난해 마지막 날에.


그리고, 누군가 내게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수영이라고 답한다.

수영은 내게 환상과 같은 것이다. 


너무 좋아하는 영화 [루시아], 그 첫 장면에 나오는 그 검은 바다 수영을 하고 싶다.

몸 위로 검은 파도가 일렁이고, 검은 파도가 일렁일 때마다 흔들리는 하얀 몸을 보고 싶다. 

바닥이 없고, 무게가 없고, 천정이 없는 검은 바다에 둥둥 떠서 나와 같은 색일 보름달을 올려다 보고 싶다. 

또, 검은 바다에 비친 보름달을 향해 일렁이는 파도를 쓱쓱 몸으로 밀어 다가가고 싶다. 

분명 이곳과는 다르게 환상적일 것이다. 현재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판타지이다.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다면, 밥 딜런의 고백을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좀 다른 국면에 선 것 같다. 




What can I do for you?


Bob Dylan


You have given everything to me

What can I do for you?

You have given me eyes to see

What can I do for you?


Pulled me out bondage and You made me renewed inside

Filled up a hunger that had always been denied

Opened up a door no man can shut and You opened it up so wide

And you've chosen me to be among the few

What can I do for You?


Soon as a man is born, you know the sparks begin to fly

He gets wise in his own eyes and he's made ti believe a lie

Who would deliver him from the death he's bound to die?

Well, you've done it all and there's no more anyone can pretend to do

What can I do for you?


You have given all there is to give

What can i do for you?

You have given me life to live

How can I live for you?


I know all about poison, I know all about fiery darts

I don't care how rough the road is, show me where it starts

Whatever pleases You, tell it to my heart

Well, I don't deserve it but I sure did make it through

What can I do for you?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밥 딜런


당신은 내게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내게 볼 수 있는 눈을 주셨습니다. 

당신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속박에서 나를 구하셨습니다. 나의 내면 거듭나게 하셨습니다. 

언제나 거부당해왔던 내 안의 허기 채워주셨습니다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 누구도 닫지 못할, 당신은 그 문을 참으로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그리도 당신은 나를 소수 가운데 하나가 되도록 선택하셨습니다.

당신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당신은 나를 위해 당신의 생명을 버리셨습니다. 

당신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모든 수수께끼를 설명해주셨습니다. 

당신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당신은 아십니다. 누군가가 태어나면 머지않아 갈등의 불똥이 날기 시작한다는 것을

그는 제 자신의 시야에 갇혀 오만해지고 거짓말을 믿게 됩니다

누가 그를 필연적인 죽음으로부터 구할 것입니까?

음, 당신은 그 모든 일을 해오셨습니다. 그 누구도 그리하려는 흉내조차 내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당신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당신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내게 살아갈 삶을 주셨습니다. 

당신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독에 대한 모든 것, 불타는 화살에 대한 모든 것을 압니다. 

길이 아무리 험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 길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보여주십시오

당신 기쁘게 할 수 있는 일 무엇이든 좋습니다, 내 심장에 말씀해주십시오

음, 나는 자격없지만 분명 그 일을 해냈습니다. 

당신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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