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세상은참없을 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가있소
거울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받을줄 모르는-악수를 모르는왼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 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 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섭섭하오
일하다 말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작은 손거울에 비친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넌 누구니? 하다가
거울이 거울이 아니었으면 하면서
그럼 뭐였으면 하는데 하고 스스로 묻다가, 답이 궁해 이상의 시를 찾아보다가...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그러고보니 요즈음 새로 생긴 버릇이 하나가 있다.
저녁에 세수하다 말고 세면대 위 거울 속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로션을 바르다말고, 화장을 하다말고, 옷을 입다가 말고 앞에 놓인 거울 속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내가.
내가 너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둘 사이에 놓인 거울이 거리가 된다.
거울이 만든 거리를 두고 너와 내가 마주있다.
마치 어제, 일요일 점심 같이 먹자며 족발집에서 사이다를 두병이나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남동생같은,
너 혹은 내가.
식성이며, 얼굴이며 닮은 듯 안 닮은 듯한 딱 형제같은 내가
거울 속에 있다. 거울 밖에 있다.
어느 날은 좀 가깝고 어느 날은 좀 멀고
어느 날은 얼굴이 뽀야니 새초롬이 웃고 있어 이쁘다 싶고,
어느 날은 까만 얼굴에 잡티가 더덕더덕해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은 시장통 아줌마 얼굴 같고,
지난 주 탁구장에서 나보다 한 타임 앞에서 레슨을 받는 어떤 아이는 오랜시간 거울 앞에 서서 스윙연습을 하는데,
저걸 해야 탁구실력이 느는 건 알겠는데, 하면서도 거울 앞에는 서지 못하는데,
나의 어정쩡한 폼을 보는 것이 내가 부끄러워 나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 새삼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어.
누군가 그랬다. 거울은 두가지라고...
하나는 균형을 잡고 세상을 살아가려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아도 필요하고,
자신의 마음을 의식하는 자아도 필요하다고.
거울선생! 잘 부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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