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두번째 날의 개인적인 하이라이트는 1100도로를 따라 걸어서 도착한 서귀포 자연휴양림에서의 일이다.
지압길, 누구나 한 번쯤의 경험은 있을 것이다.
맨발로 돌길을 걷는 아픔, 너무 아프다는 것을...,
서귀포 휴양림에는 건강산책로라는 이름으로 1.1킬로미터라는 제법 긴 길을 지압길로 만들어 두었다.
지압길을 걸으면 몸 안의 노폐물들을 몸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고 표지판에 설명이 되어있었다.
그 표지판을 읽을 때까지만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더랬다.
'꼭 맨발로 걸어라' 라는 곳을 읽는 순간 마음이 혹함을 느꼈다.
맨발..., 때문이다.
1100고지 휴게소부터 내리막으로만 6.8킬로미터를 아스팔트로 걸어내려온지라 발이 너무 피곤했던 거였다.
그래서 시원하게 신발이라도 벗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신을 벗은 김에 걸어볼까?
그래 그러자!
순간 생각해보니, 지압길을 한 번도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다.
이유는 아픔을 참지 못해서였다.
그럼 이번에 한번 해볼까?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일을!
건강산책로 1.1킬로는 70미터~ 50미터 정도는 돌길(엄청 길다), 또 70미터~50미터 정도는 나무길이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이 길을 걸어보기 위해 혼자서 미션을 만들었다.
포기 하지 않기!
지압길 잘 걷는 노하우 3가지 만들기!
하고 아주 우발적인 결심을 한다.
그리고 시작했다.
맨발로 겨울땅을 딛는 느낌은 시릴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시원하고 짜릿했다.
그런데 시원한 것은 한 순간이고, 다섯걸음도 못 가서 너무 아팠고, 절로 비명이 나온다.
다행히 구정연휴라 사람이 없었던 지라, 아프다고 아프다고 혼자 중얼거릴 수 있었다. 위로가 되었다.
미션수행을 위해 몸의 자세를 여러가지로 시도하며 천천히 걸어나갔다.
결론을 말하면 1.1킬로미터 지압길을 걷는 것은 성공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지압길을 성공적으로 걸었으며 아주 만족스러운 노하우 3가지도 찾아내었다.
마치 자기계발서 한 권과 같은 노하우를 얻고 스스로가 무척 대견한 생각도 살짝.
1. 걷는다의 주체는 다리이거나 발이다. 하지만 걷기 힘든 지압길을 걸을 때는 몸도 함께 걸어줘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발이 전진하는 순간, 다리도 전진, 몸도 전진, 거의 동시에 발 다리 몸이 곧게 움직여 발바닥의 무게를 공평하게 나눠줘야한다. 발이 아픈 것은 발의 어디가 아픈 것이었다. 발바닥이 다리와 몸의 무게를 고루 받기만 한다면 참을 수 있는 정도가 된다. 분명히!
2. 그렇다라도 참기 힘든 정도의 고통이 느껴질 때가 있다. 보통 그럴 때 나는 지압길 밖으로 튀어나갔다. 나는 이 미션을 성공해야 했기에 나갈 수 없었다.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 밖에! 걷기를 멈추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3초~5초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고통이 사라지는 것이다. 겨우 3초~5초 정도만 버티면 그곳에 있을 수 있다니! 깜짝 놀랐다. 분명히 그 시간만 지나면 다시 걸을 수 있었다.
3. 그리고 마지막 노하우, 지압길- 돌길은 사람이 만들었고, 돌은 자연이 만들었다. 모두가 각각이라는 사실이다. 디디면 분명 덜 아픈 돌이 있고, 더 아픈 돌이 있다. 발을 디디기 전에 찾는다. 덜 아픈 돌을..., 그래서 그 돌을 디디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해내고 스스로도 웃겨서 피식 웃어버렸다. 그렇지만 분명히 그렇다.
위의 세가지 노하우를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1. 발바닥의 고통을 온몸이 함께 의식하라.
2. 아프면 아픔이 사라질때까지 그 자리에서 멈춰 기다려라,
3. 덜 아픈 곳을 골라 디뎌라.
참 멋진 결론이라고 스스로에게 감탄하며,
이번 여행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을 꼽으라면 눈물을 찔끔거리며 혼자만의 미션을 수행했던 지압길 1.1킬로미터였다.
맘에 드는 길이고, 맘에 드는 기억이고, 맘에 드는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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