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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인디톡] 조덕환 콘서트

by 발비(發飛) 2014. 2. 17.

 

공연은 신곡 8곡을 발표한 1부, 2부는 게스트 김포크밴드, 기타리스트 민수홍의 무대, 3부는 2부의 세션들과 조덕환님의 합동공연으로 1집 앨범 수록곡들과 락필 신곡을 공연하였다.

 

[인사이드 르윈]을 포스팅하면서 조덕환님의 공연을 간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토요일,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였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을 것 같은 초콜릿을 사서 공연장으로 갔다.

인디톡은 홍대놀이터 앞의 늙수그레한 건물의 4층에 있었고,

그 곳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좁고, 간혹 덜컹 흔들거렸다.

게다가 사방벽에 붙어있는 포스터와 스티커들은 마치 시계라도 되는 듯 시간을 가늠할 수 있었다.

나이 든 사람의 얼굴과 손에 잡힌 주름을 마주할 때 나는 찡하게 감탄한다. 

마치 어린아이의 맑고 깨끗한 눈을 볼 때에 찡하고 감탄하듯이 말이다.

조덕환, 그가 그렇고, 그의 음악을 들을 때 그렇다.

 

 

뭐라고 해야할까?

[조덕환1집 Long Way Home]을 처음 들었을 때의 전율과 감동을 강력히 내 안에 여전한데,

이런 경우 그의 새로움을 접할 때 마냥 즐거울 수는 없으며, 어느 정도 더 두렵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래, 

콘서트의 티켓을 예매했을 때부터 낡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인디톡으로 올라갈 때까지 두려웠다.

조덕환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이다. 그의 무표정은 심각하고 결연한 표정에 가깝다.   

 

 

 

모닝레인, 좋다.

봄, 좋다.

dmz, 작은새, 좋다.

신곡들은 편곡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아무튼 대체로 너무 결연하여 양병집님께서 돌발적으로 무대에 오르셔서 너스레를 떨 정도였다.

조덕환님! 굴하지 않으시고 캐릭터를 지키신다.

그 필 그대로 심각하고 결연한 자세(?)로 , 건반이 없는 까닭에 하모니카까지 불어가면서, 신곡들을 이어 부르신다.

숨이 끊길 듯이 지르시고, 숨이 끊길 듯 하모니카를 부시느라 어깨가 귀까지 올라갔다 내렸갔다 한다.

나는  본 적이 없는 낯선 풍경이었다.

나이 든 자의 순수한 열정, 혹은 몰입.

뿐만 아니라 떨림까지!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2주전에 보았던 [인사이드 르윈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3)]을 보며 생각했었다. 듀엣팀이었던 주인공 르윈은 파트너가 자살을 하자, 혼자 노래하고자 하나 뭘 해도 되지 않는 포크가수이다. 조언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서는 힘들다며 파트너를 찾으라는 충고를 한다. 르윈은 삶의 이런저런 구차함때문에 가수를 포기할 결심을 하고 선원이 되려하였지만, 다행히? 선원도 되지 못하고 뉴욕의 클럽으로 돌아와 다시 노래를 하는 가수에 관한 음악영화였다.

그 영화를 보면서, 어쩌면 조덕환은 같은 이유로 선원이 되어 외양선을 타다가 수십년만에 기타를 들고 돌아온 르윈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분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르윈이지. 꾹꾹 눌러가며 시간을 살아가는 르윈이자, 조덕환이지 싶다.

 

농축! 나는 조덕환이라는 가수를 보면서 시간은 무엇에 관한 열정을 농축시키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축된 것들은 때로는 너무 짙어 입에 쓰기도 하고, 너무 되직해서 다른 것들과 편하게 어울려 쓰기가 힘들기도 하지만,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자기의 향과 맛과 효능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밴드, 그는 지금은 혼자 노래하고 있지만 역시 락밴드 출신이었다.

1부에서 눈을 감고 자신의 음악에 몰두하며 기타 하나만으로 신곡을 발표할 때와는 달리, 3부에서 20,30대 세션들과 눈을 맞춰가며, 그의 멋진 1집 수록곡들을 연주한 무대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포크의 드럼, 그리고 그의 친구 베이스, 숨이 끊어질 듯이 열정적인 기타연주를 보여주었던 민수홍(?)이라는 기타리스트와 합이 맞을 때는 절대 웃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얼굴에 어른거리는 미소는 전율이 절로 생기는 쾌락지경이었다.

1부 무대를 애잔한 마음으로 눈감고 들었다면, 그의 3부무대를 찌릿찌릿하게 솟구치는 마음으로 즐겼다.

 

.... 그래, 해보자 싶었다. 흔히 말하는 초심! 초심의 효과! 초심의 이유!

그런 마음을 준 조덕환이라는 오래되었지만, 막 우리들에게 다가온 가수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나는 개인적으로 콘서트를 가면서 그의 목소리로 꼭 듣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

[축복합니다] 만약, 그분이 이 노래를 불러주시지 않으면, 손을 번쩍 들고 신청하려고 했었는데, 다행히 마지막곡으로 이 노래가 연주되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충분했다. 강복과도 같은 행복한 콘서트였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들국화의 재결성과 해체, 그리고 조덕환은 왜 들국화에 합류하지 않나... 나도 간절히 원했다. 들국화로 必來! 하지만, 나는 콘서트를 보면서 이제는 뭐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너무 오래 각자의 길을 걸었던 사람은, 그 각자의 길동안 살았던, 봤던, 했던 것들을 노래에 담게 된다. 하나에 우겨넣으라면 못할 것은 없겠지만, 그 담긴 것들을 하나의 곡에 담기에는 정서가 섞이지 않고, 각각 담아 하나의 앨범으로 묶기에도 너무 달그락거린다. 

 

이제 달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내가 어느 때 열정적으로 좋아했던 들국화가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건너... 다른 모양의 꽃이 되어 아름답게 피었다고, 상상치 못한 모습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앞에서 다시 피고 있다고, 2월 14일 [조덕환 콘서트] 3월 7일 [전인권 걷고걷고 콘서트], 3월 15일 [조덕환과 써드스톤 조인트 콘서트]가 그렇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아름답게 핀 꽃들을 감사하며 들을 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들국화 꽃밭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꽃들이 내 앞에서 영원히 함께 필 것이라 생각한다. 들국화가 활동하지 않았을 때,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를 들었고,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을 들었고,  돌아가신 주찬권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증거가 될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콘서트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덕환님께 문자를 드렸다.

진심으로 감사히 무대를 보았다고, 또 뵙고 싶다고..., 그래서 콘서트 다음날인 토요일에 조덕환님을 뵈었다.

 

 

그를 만날 때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손이다. 기타를 치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의 손도 마치 개구리 손처럼 손가락 끝이 뭉뚝하다.

엄청 마른 손의 손가락 끝이 뭉뚝하여 더욱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듯 하다.

열중해서 이야기를 하는 내내 손가락이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는데, 정말 디테일하게 한 컷을 남기고 싶었지만, 차마 손을 찍고 싶다는 말씀을 차마 못해 그저 멀리서 도찰을 하였다.

조덕환님은 그 카페에서 알바하는 친구가 기타와 작곡을 공부하고, 준비한다는 말을 전했더니,

그 친구에게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를 물으셨고,

비틀즈의 음악이 왜 반드시 알아야 하는 교과서인지 말씀하셨고,

비틀즈가 공부했던 음악은 무엇인지, 그 음악을 파고 들어가 공부해야하는지를 말씀하셨다.

이제 갓 스물을 넘은 그 친구는 바들바들 떨면서 그의 말을 하나 놓치지 않고 듣고 있었다.

아마 그 친구는 조덕환님을 잊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손이 이야기에 열중해서 마치 춤추듯 이야기를 하던 그 때의 사진이다.

 

 

난 고백했다. 저는 꿈이 있는데, 이루지 못했습니다. 라고,

그러자 그가 냅킨에 '로드리게스'라고 써준다.

이 사람은 가수인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노래가 세상의 저쪽에서 불리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열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노래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영화도 나왔다면서 그 생각을 하라고 하신다.

아, 서칭포슈가맨! 저 봤어요.(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1) )

그렇게 되는거라고 하신다. 네! 하고 착하게 대답했다.

 

그분과 어찌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참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2년전쯤 전, 희한한 인연으로 그분과 만났다.

멋진 비주얼, 남다른 카리스마, 잰틀한 매너, 음악을 향한 진지한 태도, 역시 최고셨다.  

 

신곡에 대한 이런 저런 말씀을 해주시면, 신곡을 들은 소감이 어떠냐며 콘서트 리뷰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 들국화 정신이 고스란히!  그 분이 들국화가 아닐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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