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승, 잘 지내겠지?
현찬이 오빠, 교열이 오빠, 식이 오빠, 현철이 오빠, 순식이 오빠....는 잘 지내겠지?
그러고 보니, 재수형도 오빠 친구였구나.
재수형이 잘 지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구나.. 정말 잘 생긴 오빠도 있었는데,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20년전, 오늘 나는 오빠가 입원해 있었던 안동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오빠는 서울병원에서 더는 할 것이 없다고... 안동집으로 내려갔었는데...
그 사이 성당에서 영세도 받았고, 매일 신부님이 오셔서 기도도 해 주셨는데...,
한 달만에 통증과 복수때문에 안동에 있는 병원에 다시 입원을 했었다.
나는 다니던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짐을 쌌다.
짐을... 싸는 데,
나는 검은 색 옷은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챙길 수 없었다.
빨간색 티셔츠와 색색이 섞여있는 가디건, 파란색 바지를 옷가방에 넣었다.
패턴이 요란했던 가방 안감과 옷들이 모두 화려한 색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본 오빠의 얼굴은 한 달전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이미 죽은 사람처럼 뼈만 있었다.
나를 보자, 뼈만 남은 얼굴이 찌그러질 정도로 그 환한 웃음을 웃었다.
왔어? 언제 갈라고? 그리고 골벵이 해 줘!
오빠와 골벵이통조림을 사러 병원 앞 슈퍼까지 함께 걸었다.
50미터 정도의 거리... 그 거리를 다녀오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느리게 걷는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지금도 이상한 기억이다.
입원실에서 파 몇 줄기를 넣어 골벵이 무침을 만들어주었다.
오빠는 하나를 다 삼키지 못했다.
"내 옷 좀 갖고 와 봐!"
오빠는 입원할 때 입고 들어왔을 옷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폐를 한 손에 잡아 아주 천천히 센다.
"십오만원이네... 이거 너 가져! 이걸로....심심하게 있지말고... 운전면허나 따라."
나는 좋다고 그 돈 십오만원을 받았다.
"좋냐? 전 재산이다."
잠을 자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오빠가 계속 떠올라...
오빠친구들도 계속 생각나... 궁금해.... 어떻게 변했을까? 계속 상상해... 이상하다싶어... 되짚어보니, 딱 20년이 되는 해다.
20년이라 그렇구나.
20주기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많이 지났구나.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잘 지내겠지?
.......................잘 지내겠지?
............ 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처럼.................. 잘 지내겠지?
살아있을 때보다 죽어서 오래도록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그리워하게 된...............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그립다고, 한 번도 해 준 적이 없는 말을,
어디에다 할까? 저 하늘에? 저 강물에? 저 산에?
나는 잘 지내.
1992년에 오빠의 전재산 십오만원, 그 돈으로 1종 운전면허를 땄고, 그 면허로 모닝 잘 끌고 다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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