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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이헌승 떠난 지 20년-D2

by 발비(發飛) 2012. 4. 6.

 

 

이헌승, 잘 지내겠지?

현찬이 오빠, 교열이 오빠, 식이 오빠, 현철이 오빠, 순식이 오빠....는 잘 지내겠지?

그러고 보니, 재수형도 오빠 친구였구나.

재수형이 잘 지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구나.. 정말 잘 생긴 오빠도 있었는데,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20년전, 오늘 나는 오빠가 입원해 있었던 안동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오빠는 서울병원에서 더는 할 것이 없다고... 안동집으로 내려갔었는데...

그 사이 성당에서 영세도 받았고, 매일 신부님이 오셔서 기도도 해 주셨는데...,

한 달만에 통증과 복수때문에 안동에 있는 병원에 다시 입원을 했었다.

나는 다니던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짐을 쌌다.

짐을... 싸는 데,

나는 검은 색 옷은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챙길 수 없었다.

빨간색 티셔츠와 색색이 섞여있는 가디건, 파란색 바지를 옷가방에 넣었다.

패턴이 요란했던 가방 안감과 옷들이 모두 화려한 색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본 오빠의 얼굴은 한 달전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이미 죽은 사람처럼 뼈만 있었다.

나를 보자, 뼈만 남은 얼굴이 찌그러질 정도로 그 환한 웃음을 웃었다.

왔어? 언제 갈라고? 그리고 골벵이 해 줘!

오빠와 골벵이통조림을 사러 병원 앞 슈퍼까지 함께 걸었다.

50미터 정도의 거리... 그 거리를 다녀오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느리게 걷는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지금도 이상한 기억이다.

입원실에서 파 몇 줄기를 넣어 골벵이 무침을 만들어주었다.

오빠는 하나를 다 삼키지 못했다.

 

"내 옷 좀 갖고 와 봐!"

 

오빠는 입원할 때 입고 들어왔을 옷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폐를 한 손에 잡아 아주 천천히 센다.

 

"십오만원이네... 이거 너 가져! 이걸로....심심하게 있지말고... 운전면허나 따라."

 

나는 좋다고 그 돈 십오만원을 받았다.

 

"좋냐? 전 재산이다." 

 

 

잠을 자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오빠가 계속 떠올라...

오빠친구들도 계속 생각나... 궁금해.... 어떻게 변했을까? 계속 상상해... 이상하다싶어... 되짚어보니, 딱 20년이 되는 해다.

20년이라 그렇구나.

20주기라고 해야하나.

그렇게 많이 지났구나.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잘 지내겠지?

.......................잘 지내겠지?

............ 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처럼.................. 잘 지내겠지?

 

 

살아있을 때보다 죽어서 오래도록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그리워하게 된...............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그립다고, 한 번도 해 준 적이 없는 말을,

어디에다 할까? 저 하늘에? 저 강물에? 저 산에?

 

나는 잘 지내.

1992년에 오빠의 전재산 십오만원, 그 돈으로 1종 운전면허를 땄고, 그 면허로 모닝 잘 끌고 다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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