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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가시 돋친 입술

by 발비(發飛) 2012. 2. 20.

입술이 마른다.

입술, 자꾸 입술이라고... 말하면,

 

기억나는 한 아이가 있다.

그때는 여름이었고,  

여름의 아침은 언제나 깨기 전에 이미 밝았다.

환하게 밝은 방안 침대 위에서 자는 아이의 얼굴이 이상했다.

입술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빨간 풍선처럼 위태롭게 부풀어 올라 곧 터질 듯 했다.

입술의 극대화된 팽창.

나는 매일 아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자 입술이 가라앉았고, 아이는 좀 다른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때는 겨울이었다.

겨울의 아침은 눈을 떠도 가시지 않은 어둠이 있었다.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보이는 얼굴,

그 사람의 입술은 부풀어 올라오고 있었다.

날이 밝기전, 빨간 풍선처럼 위태롭게 부풀어 올라 곧 터질 듯 했다.

입술의 극대화된 팽창.

하루, 이틀, 사흘, 나는 그 입술을 지나치지 못했다.

입술에 입술을...

내 입술은 날마다 바삭하게 말라, 말라 하얀 가시가 몇 개나 돋아났다. 

그 사람의 입술이 펑하고 터졌고, ... 입술에선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냄새가 조금 났었다.

그는 좀 다른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입술을 못 본 척해야 했다.

오늘도 내 입술은 바삭바삭 말라가고, 하얀 가시가 몇 개나 더 돋아 있다.

 

선이 면이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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