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마른다.
입술, 자꾸 입술이라고... 말하면,
기억나는 한 아이가 있다.
그때는 여름이었고,
여름의 아침은 언제나 깨기 전에 이미 밝았다.
환하게 밝은 방안 침대 위에서 자는 아이의 얼굴이 이상했다.
입술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빨간 풍선처럼 위태롭게 부풀어 올라 곧 터질 듯 했다.
입술의 극대화된 팽창.
나는 매일 아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자 입술이 가라앉았고, 아이는 좀 다른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또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때는 겨울이었다.
겨울의 아침은 눈을 떠도 가시지 않은 어둠이 있었다.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보이는 얼굴,
그 사람의 입술은 부풀어 올라오고 있었다.
날이 밝기전, 빨간 풍선처럼 위태롭게 부풀어 올라 곧 터질 듯 했다.
입술의 극대화된 팽창.
하루, 이틀, 사흘, 나는 그 입술을 지나치지 못했다.
입술에 입술을...
내 입술은 날마다 바삭하게 말라, 말라 하얀 가시가 몇 개나 돋아났다.
그 사람의 입술이 펑하고 터졌고, ... 입술에선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냄새가 조금 났었다.
그는 좀 다른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입술을 못 본 척해야 했다.
오늘도 내 입술은 바삭바삭 말라가고, 하얀 가시가 몇 개나 더 돋아 있다.
선이 면이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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