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사람을 얼마나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유안진 <그리운 말 한마디, 1986> 중에서
그의 부재에서 나는 우리 둘 사이의 공간을 채웠던 것이 말이었음을 알았다.
그를 만나 말이 많았다.
...그리고 ... 텅 비어 버렸다.
끊임없이 말을 생산해야했던 우리의 만남.
사람이 그리운 이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그리운 것이다.
사람을 보자 말을 쏟아내었고,
말을 쏟아내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나는 텅 비어 비어 버렸다.
사람도 말에 쓸려나가, 말을 가득 안은 사람은 무겁게 걸음을 돌렸다.
말도 사람도 자리에 없다.
또 침묵한다.
말이 채워질 때까지.
사람은 마치 말을 들으러 온 것처럼
사람은 마치 말을 하려 만났던 것처럼
말이 사라지자, 사람도 사라진다.
그가 사라졌다.
서투름.......
사는 것을 다시 배워야 한다.
많은 말이 우리를 얼마나 춥고 허기지게 하느냐!
'새겨듣는 曰(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베르 카뮈] 여행의 가치 (0) | 2012.05.15 |
---|---|
손가락 (0) | 2012.01.30 |
[한용운] 책임 (0) | 2012.01.06 |
알베르 까뮈 진실은 어디에 (0) | 2011.12.22 |
그리스인 조르바 (0) | 2011.1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