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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유안진] 침묵하는 연습

by 발비(發飛) 2012. 1. 6.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사람을 얼마나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유안진 <그리운 말 한마디, 1986> 중에서


그의 부재에서 나는 우리 둘 사이의 공간을 채웠던 것이 말이었음을 알았다. 

그를 만나 말이 많았다. 

...그리고 ... 텅 비어 버렸다. 

끊임없이 말을 생산해야했던 우리의 만남.


사람이 그리운 이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그리운 것이다. 

사람을 보자 말을 쏟아내었고,  

말을 쏟아내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나는 텅 비어 비어 버렸다. 

사람도 말에 쓸려나가, 말을 가득 안은 사람은 무겁게 걸음을 돌렸다. 

말도 사람도 자리에 없다. 


또 침묵한다. 

말이 채워질 때까지.


사람은 마치 말을 들으러 온 것처럼

사람은 마치 말을 하려 만났던 것처럼 

말이 사라지자, 사람도 사라진다. 


그가 사라졌다.


서투름.......

사는 것을 다시 배워야 한다. 



많은 말이 우리를 얼마나 춥고 허기지게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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