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집에서 출발하였다.
라디오를 틀자 8시 뉴스에서 재불학자인 박병선박사님께서 돌아가신 소식을 전했다.
알다시피, 얼마전 반환되었던 외규장각 의궤와 직지심경을 찾아, 반환을 주도하고,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임을 증명해내신 분이다.
프랑스 도서관 폐기도서 보관함에 방치되고 있던 역사를 드러내고, 사실로 밝히고,
우리의 것으로 돌아오게 만든(대여라고 하더라도) 것은 한 사람만의 열정이었다.
그 분은 일생을 여기에 바치신 것이다.
그 분이 돌아가시던 날, 알다시피, 한미 FTA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서울의 광화문은 영하의 날씨였다. 물대포를 사람들을 향해 쏘았다.
여름의 물대포와 겨울의 물대포, 병신이 아니면 물대포가 누군가를 얼어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스에는 네티즌이 올린 사진과 동영상의 처참함은 나오지 않았다.
조중동의 1면은 연평도 1주년과 최루탄 투척 국회모독이라는 기사가 떴다.
현재의 역사가 훗날 이 사건을 뭐라고 할 지는 모른다. 하지만 FTA의 주체는 분명 없었다.
우리는 또 무엇을 잃어버리고도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다.
수백년이 지나, 우리의 것이 어디있냐고 두리번 그래봤자 소용이 없을 것이다.
(이즈음에서 복거일의 오래된 소설 '비명을 찾아서'가 생각난다)
박병선박사는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 2>의 집필을 마무리 지어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한다.
자유로, 쭉 뻗은 도로를 달리던 중 뜨거운 것이 목까지 올라왔다.
우리에게 지켜야 나라가 있을 것인가?
우리에게 찾아야 할 역사는 무엇일까?
가치가 사라진 우리들은 우리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한다고 한다. 정말....무엇을 해 드려야 할까?
어떤 한 여인의 생애에. 가치에, 그 얼굴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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