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8시, 토요일 7시 나는 같은 공간에 있었다.
첫날은 좌석이 앞에서 세번째 줄, 둘째날은 앞에서 여덟번째 줄이었다.
그는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공연장에 가득했던 들국화 팬들은 맘껏 즐겼다. 물이 올랐다.
나는 <mbc 파업 시청 공연>때 아주 먼 거리에 앉아있었고,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부분 대형스크린에 시선을 꽂아두었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에서는 딱 그 거리만큼에 그들이 있었고, 만약 그가 선글라스를 벗었다면 눈을 맞추었을런지도 모른다.
노래를 계속 따라 불렀다.
그러다가 나는 '비현실적'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멍해지는 순간을 몇 번 경험을 했다.
장자의 호접몽... 호접몽... 나비처럼 펄럭이는 손... 손에 든 꽃다발... 그리고 고개를 돌리며 웃는 웃음.
대체 무엇이 꿈이었나
나는 아주 오래전에, 아주 많이 아팠었다.
그때 하루의 대부분을 그의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몸이 좋아지면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다가 깔딱고개를 만날 때면 그의 노래 '새야'를 꼭 들었다.
그럼 떨어지지 않던 발이 떨어지면서 언제나 봉우리 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
내가 좀 나아지자 그가 많이 아픈 듯 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간 그의 공연은 대학로였는데, 그는 포카리스웨트 병을 열개쯤 무대 위에 올려놓고, 노래 중에도 노래 끝에도 그것을 마셨다.
공연이 끝나자 다 마셨다.
나는 그때 마음이 참 많이 아팠다.
그리고 그가 감옥에 갔다. 그때는 정말 간절히 그가 석방되기를 기원하며 그를 위해 '새야'를 불렀었다. 간혹 회사에서 노래방에 가게 되더라도 언제나 그 분의 석방을 기원하며! 하고를 외치며 그의 노래만 불렀다.
사람들이 그를 욕할 때마다 나는 그에게 미안했다.
고흐에게 미안하듯, 오스카 와일드에게 미안하듯 그에게도 미안했다.
그가 감옥에서 나와 힘들게 견디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때 나는 사람들은 왜? 라는 생각으로, '석방'이라는 제목으로 단편소설 한 편과 단막희곡 한 편을 썼다.
인간이 인간에게 휘두르는 폭력에 대해, 삶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에 대해, 어디로 몸을 숨겨야 할 지 모르는 인간에 대해...쓰고 싶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는 동안, 너무 머리가 아팠다.
그는 끝없이 추락하는 것 같았다. 누가 거기까지... 우리는 어디까지... 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예술가가 성인군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은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동안 몸이 회복이 되었고, 일만 하는 인간이 되었다.
그런 지금, 그가 돌아왔다.
'비현실적'
'호접몽'
대체 눈 앞에서 내장이 쏟아질 듯 노래를 부르는 그를 보며, 천정을 뚫을 듯한 그의 노래를 들으며
나는 내가 지나온 시간,
그의 노래를 들으며 마치 그의 영혼을 내가 가져버린 듯한,
그래서 그의 얼이 빠진 듯한 착각마저도 든, 일종의 죄책감마저 느껴지던 시간들이 마치 꿈이었던 듯,
오랜 잠에서 깨어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가 하얀 머리를 질끈 묶고는 맑고 힘 있는 목소리로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있었다.
오늘 회사에서 생신이신 이사님과 함께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이사님은 퇴직을 하시면 북카페를 하시고 싶다고 말했고, 다른 이가 연세가 얼마신데... 그런 일은 수익이 늦게 나서 위험하다고 말렸다.
내가 끼어들었다.
"아닌데? 아니에요! 끝난 것 같은데 진짜 끝이 아닌 것이 분명해요!"
"갑자기 뭔 얘기예요?"
"제가 주말에 들국화 공연을 갔었는데요, 전인권이 그 나이에 처음 같았어요. 그것도 감동적인 처음이었어요. 끝은 없는 거 같애요."
내가 ......... 이랬다.
이 비현실적인 사건을 며칠간 겪으며... 또 생각이 많아졌다.
어쩌면 한동안 쓰지 않았던 무엇인가를 쓸 수 있을런지도 모르지. 그리고 아마 언젠가는 쓰게 되겠지. 끝은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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