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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거리...가깝다 혹은 멀다

by 발비(發飛) 2011. 5. 30.

 

                <정원 > 클로드 모네 1902년 오스트리아 미술관

 

 

거리,

때로는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에 압도되기도 하고,

때로는 심리적 거리가 물리적 거리에 압도되기도 한다.

 

절대적 기준 없이...때로는...

 

이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는 것을 보면,

나는 어떤 기준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홍대 앞에서 우연히 오랜 전에 알고 지내던, 희곡작가를 우연히 만났다.

반가워 인사를 하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부를 물었다.

그는 담주 쯤에 다시 한 번 보자고 했고, 나는 약속하지 말자고 했다.

우연히 만나지니까 언제까지 우연히 만나지는지 보자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일년 전에 명동에서 우연히 만났었다.

그 전에  만났던 곳은 대학로 공연장이었고,

또 그 전에는 사무실이었고,

....

그와 나는 한번도 약속을 하고 만났던 적이 없다.

몇 년에 한 번씩 꼭 우연히 만났다.

 

약속을 하자는 그의 제의를 거절(?)하니, 그가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또 어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지... 재미있잖아요. 하는 말을 남기고 가고 있던 길을 갔다.

수년동안 항상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관계이다.

그런 사람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가...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평소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 여겨지던 사람이 어떤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지배를 받지 않는 거리는

항상 같은 거리를 유지한다. 묘한 일이다.

 

월요일이고,

파주로 부서를 옮긴지 일주일이 된 날이다.

파주는 멀지만 버스를 한 번만 갈아타면 되고, 두번째 버스에서는 아주 푹 자면 된다.

한 잠 자고 나면 회사다.

 

가깝다.

가깝다.

 

오베르의 길과 거리 (오베르의 계단) (Stairway at Auvers)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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