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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겨듣는 曰(왈)

친척

by 발비(發飛) 2011. 5. 3.

한 살 많은 이종사촌 오빠가 저녁을 같이 먹자며 회사 앞으로 왔었다.

멀리서 회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야? 니가 일하는데가? 그래 저기야.

우리는 밥을 먹었다.

이모, 이모부, 다른 오빠들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을 때까지는

보통 친척들이 모이면 하는 모양 그대로였다.

밥을 먹고 나오면서 맥주 한 잔하자며 호프집을 찾는데, 탁구장이 눈에 띄었다.

어, 여기 탁구장이 있네.

둘이 동시에.

오빠 탁구칠 줄 알아?

너 탁구칠 줄 알아?

언제 배웠어?

둘 다 탁구를 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면서 탁구장을 갔다.

공부돌이었던 오빠가 언제 탁구를 배운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둘 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풀리지 않는 몸으로 티격태격 하면서 탁구를 치는데,

느낌이 참 좋더라는,

친척은 언젠가부터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경쟁상대였는데,

그래서 어느 때부터 그저 적당히 겉 핥기 이야기만 했는데,

탁구를 치면서..

공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도 주거니 받거니...

어렸을 적에 신돌석 의병 항쟁지 근처였던 외가에 가면 오빠들이랑 그 험한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아침에 가서 캄캄해서야 거지꼴로 돌아오곤했던 기억까지 생각해내며,

둘 다 동시에 어린 시절 놀았던 가장 다이나믹한 사건 랭킹 1위로 꼽았다.

 

근데, 탁구장을 나오면서 우리는

이 느낌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했다.

정말 가볍고 좋다. 내게 너처럼 참 적당한 동생이 있었다는 것을 왜 몰랐지?

나도 왜 오빠가 있었다는 것을 잊었지?

하면서 앞으로 종종 이렇게 보자고, 오빠가 힘든 일 있으면 도와줄게 하고 어깨를 툭툭 치는데,

친구보다 먼 친척이 아니라 정말 친척이구나 생각하면서

친척이라는 말이 이렇게 생소하다니 뭐가 바뀌긴 바꼈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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