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다르고. 때가 다르면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것이지.
월요일 아침 이른 출근을 해서 내 자리로 들어서려는 순간, 나를 맞이한 것은
하얗게 내린 꽃눈이었다.
꽃눈이라고 하면 벚꽃만 생각했었는데, 뭐지 할 틈도 없이 꽃사과나무!였다,
몇 주 전에 커다란 나무에 수천 수만개의 꽃봉오리를 피우던 이쁜 나무의 이름이 뭐지.. 하고 묻고 다녔다.
꽃사과나무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 보는 정말 커다란 꽃사과나무였다.
활짝 피었더니.
주말동안 저렇게 꽃눈이 되어 떨어진 것이다.
꽃사과니까, 꽃사과를 맺겠지.
왠지 꽃사과가 벚나무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내 몸 속에 있는 속속들이 다른 것들이다.
각각 다른 모양의 세포들이 몇 만개가 만났는데, 경우의 수를 따져서라도 나와 같은 이는 있을리 없다.
애당초 같은 삶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의 글에서처럼
잠시 내가 나를 비워두었던 적이 있다면,
그 때 나의 것들이 내가 없어진 줄로 알고 빠져나갔다면,
그 때 나의 밖에서 떠돌던 것들이 나를 빈 집으로 알고 들어왔다면,
그리고 내가 다시 나로 돌아왔을 때,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아닌 것들이 내가 되어 나로 맞추어가겠지.
그렇게 섞여섞여가면서 말이지.
이물감때문에 속이 메스껍기도 하고, 거부감으로 간혹 토하기도 하겠지.
모두 토해내고 있는 것을...
우리는 꽃눈이라한다.
내 웃음 또한 토해내고 있는 중이라는, 웃음의 호흡을 생각한다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길과 루트...그 차이만큼 부대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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