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을 나오자 마침 부활의 <생각이나>였다.
무작위 랜덤으로 듣고 있었다.
비가 오고, 검은 우산을 쓰고 있었다.
굽이 거의 없는 플랫슈즈에 맨발, 간혹 빗물이 튀어 발등 위로 타닥거린다.
차고도 축축하다.
차고도 축축하다.
좋을 리 없는 느낌이건만, <생각이나> 덕분에 좋았다.
그렇다고 빗물을 튀기려고 노력은 하지 않았다.
최대한 비를 피했다.
마치 연극처럼,
그런데 조금 조금 튀었다.
싸늘했다.
따뜻한 우유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다음 노래는 전인권의 <가을만>이었다.
그 사이 회사에 도착했고,
우유를 데웠지만, 여느때처럼 이어폰을 빼지 않았다.
마저 듣고 싶었다.
밀크커피에 전인권의 노래를 몇 곡 더 들으며, 의자를 돌렸다.
유리벽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위대한 백년 18세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지만,
잠시 접어두고,
내 생각을 했다.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
소설도 쓰고 싶다는 생각.
서태지는 이지아랑 결혼을 했었고, 이혼을 했다.
이지아는 정우성과 연인이다.
그들도 빗물처럼 바닥에 빛을 내며 깔렸다.
차고도 축축하다.
무엇일까? 무엇때문일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떤 혼돈이었을까? 정리될까? 어떻게 정리되면 될까? 무엇이 남을까?
나는 <한밤의 tv연예>의 조영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가 쓰고 싶다.
소설이 쓰고 싶다.
그러면서..... 그들과 무엇이 다른지도 모른채.
이 모두가 비가 와서이다.
인간은 역시 하늘보다 땅에 가깝다.
화창한 하늘을 보던 날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땅으로 스며드는 비를 보면, 나는 나를 생각한다.
내가 마치 땅인 것처럼 내게 솔직하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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