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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나무 흔들기

by 발비(發飛) 2011. 4. 14.

3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회사는 15분동안 아침 청소 시간이 있다.

훌륭한 시간이다. 

 

문장 안의 마침표,

머릿글이 있는 글, 의 느낌이다.

 

대부분은 10분 정도면 맡은 청소가 끝난다.

남은 5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의자를 돌려서 본 유리벽너머 마당-2011.4.14

 

 

어제 포스팅한 것과 같이 나는 마당을 등지고 앉았다.

그렇지만, 나의 뒤가 유리벽이라 언제든 의자만 돌리면 마당이 한 눈에 보인다.

그것도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2층 높이의, 거의 나만의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마당에는 몇 그루의 나무가 심겨져 있다.

 

바로 그 나무.

언젠가부터, 아마 2주일쯤 되었나보다.

내가 봄이라고 느낄 때쯤?

 

나는 나무를 흔들어준다.

나무에는 겨울에 쌓인 먼지와 지난 가을 옆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있다.

그것들이 먼지를 폴폴 일으키며 낙엽들이 떨어진다.

엄청난 먼지와 낙엽들이... 몰랐다. 겨우내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쟁여주었는지...

따듯했을래나... 그 마음은 모를 일이다.

 

아무튼 나는 매일 조금씩 나무를 흔들었고,

오늘 아침에도 나무를 흔들었고,

자리로 돌아왔다.

의자를 휙 돌려 방금 흔들어준 나무를 보았다.

제법 말끔하다.

마음 같아서는 전지가위를 사다가 전지도 해주고 싶지만,

그건 전문가의 영역이니... 참기로 했다.

 

아래로 매일 십센티씩 자라는 화초도 이쁘고,

그 아래 핀 제비꽃도 이쁘다.

 

어릴 적, 누군지는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무를 깨운다며 나무를 흔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무를 흔들때마다 나무 여기저기서,

으으윽,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나무들도 뭉친 근육이 풀릴 것이다.

노곤한 봄날에 좀 더 역동적으로 물을 품어올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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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일이다.

자연이 옆에 있다는 것은,

의자를 휙 돌려 마당을 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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