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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by 발비(發飛) 2011. 3. 30.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며 금(金)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

시가 나에게 온다.

 

'나의 울음은 차츰'

참...슬퍼서... 아름답다.

참...고요해서...아름답다.

시를 읽는 시간.. 내가 호흡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반갑다.

내게 온 시.

 

김춘수 시인이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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