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存在)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며 금(金)이 될 것이다.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
시가 나에게 온다.
'나의 울음은 차츰'
참...슬퍼서... 아름답다.
참...고요해서...아름답다.
시를 읽는 시간.. 내가 호흡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반갑다.
내게 온 시.
김춘수 시인이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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