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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조금, 현실

by 발비(發飛) 2010. 4. 18.

회사를 그만두기도 전에 오사카를 다녀왔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거 같았지만,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시간이 둔감하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가 그런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출가한 차창룡시인의 시집 [고시원은 괜찮아요]라는 시집 안에 있는 시인의 말을 보면,

 

"삶은 (익혀진) 현실이다. 끝없이 걸었지만 사실상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음에도 이 출발선상에서

커다란 안도를 느끼는 것은, 기실 길을 잃고 헤매다 마침내 집에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적혀있다.

이 말은 얼마나 적절한 것인지.

 

내가 겪고 있는 일은 정말 대단한 일일거야 하고,

이 순간을 모두 기억하고자 하였으나,

그런 생각에 깊이 빠져들면 깊이 빠져들수록 그것은 절대 대단한 일도 뭣도 아닌

다만 삶의 어느 하찮은 부분이라는 것만 지독하게 깨달게 되었다.

일본에서 나는 이 곳에서의 삶을 그렇게 결론 내렸다.

그런 깨달음을 있게 해 준 몇 주의 일본생활이 가치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남은 일 때문에 연변에서 정신없는 며칠을 보내면서,

나는 내가 나를 위해 생각하고 빠져 들었던  시간이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안에서, 조직안에서의 삶은 개인의 사색안에서 살아가는 삶보다 훨씬 생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그랬다.

나 자신에게 깊이 빠져든 시간은 차창룡시인의 말처럼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기 위한, 제자리에 돌아오기 위한 몸부림인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진정 백수로 일주일을 보냈다.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뭐 그런 일상이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는데도,

일을 해야하는 곳이 회사가 아니라 집이라서.. 하기 싫었다.

그래서 몇 달 묵은 청소를 하고,

몇 년 안 입은 옷들을 정리해서 버리고,

한동안 빨지 않고 그냥 신기만 한 운동화를 솔로 문질러 빨아서 빨랫줄에서 매달아 놓았다.

신발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아파트 베란다면서 마치 시골 처마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자리구나 했다.

 

안도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절망할 것도 없다.

왜냐하면,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우리는 제자리에 돌아오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길을 떠나고, 움직이고, 치열하고, 불태우는 것이니까.

그러니 간 길이 없으면 돌아올 길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혹 멀리 가게 되더라도, 가고 오는 먼 길에 구경할 것이 많았다라고 부연하면 되는 것일테니 말이다.

 

이렇게 말하니,

달관한 사람같다.

이것은 그 분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여행에서 돌아오자 읽은 [고시원은 괜찮나요]라는 시집 덕분이다.

.

.

난 왜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한 이야기가 안 나오지..

좀 더 필터링이 되면, 그때 내가 본 오사카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리고 지금의 일본이 있게 한  사카모토 료마가 궁금해졌다.

지금 일본에서는 료마전이라는 역사드라마를 하고 있는 중이라니, 다운 받아서 보고..

앞의 세사람은.. 대망?? 그것 참 괴롭던데.. 또...읽을거리가 아니라 볼 거리로 찾아봐야지.

 

"손 안의 뻐꾸기가 울지 않으면

다혈질에 성격이 급한 오다 노부나가는 죽여버리고,

지략이 능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달래어 울게 만들고,

대기만성형의 인내심이 강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렸을 것"

 

재미있을 것 같다. 난 누구에 가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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