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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평행우주와 12각에 기댄 나

by 발비(發飛) 2010. 3. 2.

평행우주론은 간단히 말해서 나와 같은 존재가 우주 안에 존재하면서 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두 존재가 다른 선택의 결과에 따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영화로 만들었다는 그 <평행우주>에서 처럼 나와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던가...

 

출근하는 길에 앞 뒤없이.. <내 생각> 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

출근하는 두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내 생각>이라는 말에 압도되었다.

 

<내 생각>은 지금 내 생각이지만,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내 생각>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내 생각>은 나에게 들려줄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내 생각>을 막는 것일까?

사실 생각해보면, 어제도 그제도 내내 나는 <내 생각>을 했고, <내 생각>을 묵살시켰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음에도 누군가를 만나면 <내 생각>을 말해버릴까봐 며칠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 생각>...

 

나는 평행우주론을 생각했다.

내가 나에게 말하지 못한다면,

... 평행우주론에 의한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또 다른 <나>에게 <내 생각>을 말해주기로 했다.

의식하고 있으면서 의식을 묵살시켜야 하는 웃기는 상황.

<나> 하나도 달라서 세상에 내가 지천으로 깔려서 우주를 메우고 있다는데, <나>와 다른 타인이야...

 

<내 생각>...

 

개인이다.

나는 사회에 속해있는 개인이다.

하나의 존재이다.

사회는 개인이 아니다.

사회는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존재가 만들어놓은 허상일 뿐이다.

허상을 위해서 존재격을 가진 개인이 소멸된다는 것, 분명 어폐가 있다.

누가 개인이 소멸되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난 여기에서 의문을 던진다.

아니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은 지금의 우주에 살고 있는 <나>이다.

하지만 그랬다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은 어느 우주에 있을 <나>이다.

 

사회가 원하는 것이 결국은 <나>이길 바란다.

결국은 <나>인 것이 맞다.

모두가 같은 개인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는 각기 다른 개인이 만나 그들의 몫을 다하려면 개인인 <내>가 꼴을 갖추고 있어야 사회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자리로 견고하게 위치할 수 있는 것이다.

 

페루의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 뒷편 작은 골목길에 있는 12각돌이다.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서 체게바라가 원주민 아이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 모두 똑같이 생긴 유럽의 네모난 벽돌들을...

그 아이들은 바보돌이라고 했다. 모두 똑같이 생긴 네모난 벽돌은 전쟁이나 지진같은 것에 쉽게 무너지니까... 흔들림에 무너지니까...

  

2007년 1월 페루 쿠스코..12각돌 앞

 

 

아직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꿈틀거리지만 말하지 못한다. 내가 내게 하는 말인데도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네모난 벽돌이 되어버린 내가.. 나를 기억하고 깎아내어야 한다.

 

자... 또 다시 시작하려한다.

3월 2일 입학하는 날이다. 마치 입학을 하는 것처럼 나는 다시 시작한다.

장래희망을 적어두고,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국영수,, 과학,, 사회,,체육,, 교련까지 배워야 했던  그 때처럼.

그것을 하기 위해 희망, 꿈을 버리는 일 따위는 정말 바보같은 짓임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시간을 살았던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양... 나를 가둬두었다.

 

이렇게 바보가 되어버린 나에게 <평행우주>, 또 다른 우주에 살고 있었던 <내>가 찾아와 오늘 말해준다.

어디에 흩어져 살던 <나>는 존재하고, <내 생각> 또한 존재하는 것이라고.

내가 그 곳에 있는 <나>를 찾아간 것이 아니라,

어느 우주에서 옹골차게 살아가고 있을 또 다른 <내>가 <내 생각>을 나에게 전하고 갔다.

 

도저히 입을 열 수조차 없던 시간들 속에서 자판에 손을 올려둠으로써,,, 그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과 끝이 다른 것은,

몇 개의 내가 각자의 의견을 말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나를 지키기 위한 .. 모난 열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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