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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초자(初者)

by 발비(發飛) 2010. 1. 15.

가장 좋은 곳은 내가 있는 공간 안에 울타리가 쳐 있는 곳이다.

울타리는 나를 전체로부터 구획을 지워준다.

구획은 곧 내가 된다.

 

인간은 누구나 처음이 있다.

가장 원초적인 먹는 것에서조차도 처음에는 밥을 흘리면서 겨우 먹지만,

먹는 것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기호에 맞는 것, 그리고 그것에 적당한 도구를 사용하여 깔끔히 먹는 것 자체를 수행한다.

그것은 수많은 반복의 결과이며, 동시에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할머니들이나 부모는 다 성장한 아이가 밥을 먹을 때도 (뭔가 다른 분류이겠지만) 무엇을 먹기를 원하고, 어떻게 먹기를 원한다.

 

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소위 말하는 초자이다.

모두가 초자로 시작한다.

그런데 모두가 초자로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 외에 모든 사람들이 초자로 머무르고 있다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난감한 일이다.

머무르는 사람과 나아간 사람이 서로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은...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직 초자인 시절에 만났다고 해서 여전히 초자로 대하고 있는 사람과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나는 이제 초자가 아니에요.. 하고 박지윤처럼 갑자기 섹시한 옷을 입고 노래를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나는 이부분에서 '이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사람을 안다.고 하지만

이해한다고 라고 쉽게 말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남의 위치를,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신을 포함한 '초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런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아직도 초자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성장만 성장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변화만 변화라고 인정하고 타인의 성장이나 변화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누군가때문에 고민에 빠졌었다.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과 일의 파트너라는 것,

참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내가 더는 초자가 아니라고... 설명할 수도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바로 '초자'라는 자괴감까지 들기까지 하니... 이건 문제였다.

 

그리고

나는 한 순간, 놓여나자. 이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포기할 문제이다.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게 초자로서의 일만을 요구한다면...

그냥 포기할 문제이다.

 

내버려두려고 한다.

 

이건 나의 일이니까...하고 끝까지 수행하려고 하지만,

나의 일임과 동시에 누군가의 일임으로... 어차피 이 일은 제대로 되기가 힘든것이 사실이다.

 

한가지 얻은 사실이 있다.

낙인이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 낙인 찍힐 일은 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때때로....

울타리 안에서 산다는 일도 왜 힘이 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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