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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나는 은밀지향성

by 발비(發飛) 2009. 8. 11.

요즈음은 한동안보다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편이다.

이것은 나의 글쓰기 작업과 연관이 있는 것도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세상의 것들을 미세히 보는 것이다.

 

이상하다.

나라는 인간은...

은밀한 것!

 

은밀하다는 어감이 주는 많고 많은 느낌,

이것은 비밀과는 다르다.

비밀이 좀 건조하며, 수학적 느낌이 든다면

은밀이라면, 몰래는 몰래인데...좀 눅눅? 아니면 촉촉한 느낌이다.

 

블로그에 답글이 올라오면,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다.

 

나는 언제난 혼자서 주절거리고,

그 주절거림은 테트리스할 때 문득 만난 어느 블록처럼 나를 쭉하고 가라앉혀준다.

 

요즘 좀 주절거릴 것이 많고

주절거림의 색채는 회색빛에 가깝다. 그러니 경계라는 소리이다.

 

방문자들이 답글을 단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그들 대부분이 비밀글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비밀글로 답을 달아주시는 분들에게 다른 느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서 본 나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람인가보다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 완전히 비밀이 아니라, 뭔가 흘려놓는 은밀을 택한 것이구나.

끊임없이 새어나오는구나.

결국 감추지도 감추지 못하지도 않은 그런 마음을 가졌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한 것은

내게 비밀로 답글을 말하는 분들은 도무지 단 한번도 인연이 닿지 않았을 사람인데도

그러는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나만 앓고 있다는 은밀한 것들을, 그래서 밖으로 내지 못하는 것들을 조금씩 흘려서라도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것.

 

비가 온다.

사무실 베란다에 앉아 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난 무엇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을?

하는 부분에서 걸렸다.

봐야할 서류들을 읽어야 하나... 이것은 공간이 어디든 지금 해야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비오는 베란다에서는 시 한 편이라도, 소설 몇 구절이라도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건 지금.. 미친 짓에 가까워.

그러다.. 

말았다.

 

내가 흘리는 것들은 더 은밀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 나처럼 두려워한다.

드러나는 것을...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테트리스에서 만나는 문득 블럭처럼 한 순간일지라도

어느 정도의 감정을 가라앉히게 하는 것이라면 와~~~ 이건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삶의 어느 부분

세상의 어느 부분

... 은 언제나 은밀하다. 이것은 비밀이 아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게 비밀답글을 올리신 분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긍정적인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이며, 볼 수 없는 사이이며, 보기를 희망하지도 않는 사이이며...

하지만 그 순간은 같은 감정을 나누는 사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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