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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손님인 몸을 대하는 방법

by 발비(發飛) 2009. 7. 11.

언제부터인지 가늠을 해 보려고 해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휴식의 순간을...

 

지난 주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주에는 학교 숙제를 하느라,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을 하느라 주중은 물론 주말에도 나는 압도 다했었다.

그리고 주중... 이건 말할 것도 없다.

그 지난 주에는 토요일에 2년전 내가 살았던 곳으로 다시 이사를 했다.

-이사짐센터 아저씨들은 왜 전문인이 되지 못하는 걸까?

-난 결국 그 아저씨들의 짜증을 받다가 못해 집으로 돌려보내고 오기로 혼자 해결했다. 물론 나중에 회사동료가 와서 도와주기는 하였지만,

-2박3일내내 난 정리를 다 했다

-왜 그리 다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정상복귀를 하기 위해서다.

그 전주는 학기말 과제들을 해 내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정신없는 주말을 보냈다.

그 전전주는 그 때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전전전주는 고성행사 마지막 피날레를 하고 또 회사일로 여수에서 빡센 일정을 보냈었다.

그 사이 주중에는 또...

 

왜 사냐고 묻는다면 의식이 없기 위해 살아간다고 말한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난 큰 노하우라도 되는듯이 대답한다,

몸과 마음을 번갈라 쓰면 된다고 ,,,,,

 

그런데 지난 주부터 조짐이 보이던 몸의 난조가 그저께를 시점으로 완전 반란이다.

몸과 마음을 번갈라 쓴 건데,,, 하고 생각해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마음이나 머리로 고민을 해야 할 것이 많으면,

난 몸을 쓴다. 그래서 마음과 머리로 해야 할 고민의 양을 줄인다. 나는 고민이라는 것은 결국은 그 결론이 이미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만 고민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그저 고민을 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보람차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몸을 쓴다. 이것저것 별 일을 다 한다.

그런데 몸이 해야 할일은 몸 밖에는 할 수없다.

몸이 해야 할 일은 제자리에 있는 법이 없다. 몸이 해야 할 일은 대부분 시간도 정해져 있고 그 일의 양도 정해져 있다.

약간의 머리를 써서 좀 빠르게 조금 고효율로 접근할 수는 있지만...

그럼 몸이 해야 할 일은 결국 몸이 다 해야 한다. 이때 문제는 몸이 해야 할 일은 다른 이들과 나눈다면 좀 낫기는 하겠다. 그것이 없을 때는 ... 끝까지 가는 것이다.

이런 날들이 이어졌다.

그래서 몸이 탈이 났다.

 

낑낑거리는데, 옆에서 어느 한의원에 가서 머리에 침을 맞았더니 두통이 사라지더라면서 권한다.

그래, 이 두통만 사라져도 하는 마음으로 한의원에 가서 일단 두통과 눈이 빠질 것 같은 고통만 없게 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하는 말,

몸의 체력이 고갈되었는데요.

기초대사량이 너무 떨어졌는데요. 밥 드세요? 잠은 주무세요? 그럴 수 있으세요?

묵묵부답... (그랬구나. 몸이 열받기도 했겠구나!)

지금은 일단 두통과 몸살 증세만 해소될 수 있게 침과 약을 드릴테니, 담에 또 이렇게 기력이 떨어지면 관리를 받으셔야 합니다.

묵묵부답...(그런거야? 달라질까?)

 

머리에 이상한 향이 나는 약이 든 주사를 머리 곳곳에 주사하더니, 이번에는얼굴 곳곳에 침을 놓는다. 눈을 중심으로...

머리가 좀 시원해 지기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 병원에서 잤다.

그리고 돌아오는 전철에서도 잤다.

집으로 돌아와 또 잤다.

자다가 겨울 이불 꺼내 덮고 또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9시, 어제 오후 5시 조금 넘어서 잤으니 열 여섯시간을 잤다.

그럼 이제는 일어나주지?

몸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완전 삐진 모양이다.

밥도 들어가 주지 않고, 목은 더 아프고... 얘 뭐니?

그만 하자. 부탁이다..

앞으로도 잘 해 줄 것 같지 않은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의 주인은 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몸은 마치 내게 온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손님에게 함부로 대했으니, 이제 떠나겠다고, 그럴거면 내가 왜 니 옆에 있냐고 하는 것 같다.

깨달음.

나의 주인은 나이면서, 나를 위해 온 것이 몸이구나.

 

지금 가려고?

아직은 가지 않을거면서... 그렇다면 봐줘라.

이왕 내게 사랑방손님으로 온 것이라면 있을때라도 그려려니 하고...있다가 가길...

담에 올 때는 손님에게 신경쓰는 주인이 되어볼 때니...

 

몸은 나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 징하게 괴롭다보니,

몸은 나에게 온 손님이었다. 나를 보이게 하는 손님, 나를 실체로 만들어주는 이상한 힘을 가진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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