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사막
신현정
오늘 사막이라는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니
출발하기에 앞서
사막은 가도가도 사막이라는 것
해 별 낙타 이런 순서로 반드시 줄지어 가되
이 행렬이 조금의 흐트러짐이 있어도
또 자리가 바뀌어도 안 된다는 것
아 그리고 그리고는 난생 처름 낙타를 타본다는 것
허리엔 빛나는 수통을 찬다는 것
달무리같은 크고 둥근 터번을 쓰고 간다는 것
그리고 사막 한가운데에 이르러서
단검을 높이 쳐들어
낙타를 죽이고는
굳기름을 먹는다는 것이다
오 모래 위의 이 뜨거운 향연이여.
몇 해 전에는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가 사막을 건넜다.
그리고 몇 달 전에는 짚을 타고 사막으로 스스로 끼어(?) 들어가 사막을 건넜다.
어느 사막이던 마찬가지였다.
뜨겁고 건조하고.... 바람이 불었다.
모래바람이 날카롭게 불어와
몸에 있는 구멍이라는 구멍에는 다 파고 들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사막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사막은 걷는 것이 아니라..
사막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막은 스치는 것이 아니라...
사막은 건너는 것이다.
큰 물을 건너듯 건너는 것이다.
불구덩이의 물을 건너는 것이다.
사막으로 들어가기 전 아무리 많이 먹어도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없는 곳이며
낙타던 짚이던 뭔가를 타고 가더라도 그것 또한 그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는 곳이며
그 길로 쭉 가버리고 나면 영영 안녕이다. 현재가 등 뒤에 있다.
잘 나고 싶다는 커다란 욕망으로 가득 채워진 혹덩이를 등 뒤에 붙이고 사막을 건넌다.
사막이라는 곳이 원래 그렇다.
잘 나고 싶다고 잘 나고 싶다고...
밤을 새워봐도
온 몸에 힘을 발가락에 주고 달려봐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을뿐
원래 사막의 시계대로 딱 고만큼만 나가는 곳.
아무런 것이 없는 곳.
사막임을 알고도 간다.
사막임을 알고도 산다.
발아래 뜨거운 모래가 타고 오르고... 온 몸으로 모래바람이 휘감고... 머리위로 뜨거운 태양이 누르는.... 그 사막.
오늘도 수없는 사막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다.
사막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내 몸에 뚫어진 소통의 구멍들을 모두 막고...
그저 사막이 정해준 행렬의 순서를 지키기 위해 행렬의 속도에 나를 맞추는 것 뿐이다.
영원히 내 앞을 가고 있는 해와 별과 낙타의 뒤를 따라 ...
사막이다.
먹통... 바보...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사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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