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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김병종] 라틴기행화첩

by 발비(發飛) 2008. 2. 21.

 

김병종의 라틴 기행화첩

김병종/ 랜덤하우스/ 2008.01

 

김병종은 화가이며, 글쟁이다.

그의 기행화첩시리즈를 읽으며, 열광하고 감동했었다.

 

라틴 여행을 가기 전,

신문에 연재되고 있던 김병종화가의 글들을 스크랩해 두고 읽으며, 나의 감성적 준비자료로 삼았었다.

신문연재물을 읽으며 내가 라틴여행에서 돌아오면 그의 책 한 권이 꾸려져 있겠구나 생각했더랬는데...

역시나 책으로 꾸려져 있었다.

 

서점에 가서 보지도 않고 인터넷서점으로 가서 무조건 책을 구입했다.

그동안 그의 책을 본 독자로서의 신뢰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잠시 딴 소리-

 

어제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개그맨 조혜련의 인터뷰를 보았다.

조혜련은 유재석을 비교하며

시청자들은 유재석이 나온다면 모두 웃을 준비를 하고 그를 맞는다고 했고,

일본의 코메디언들은 모두 유재석과 같고

일본의 시청자들은 모두 웃을 준비를 하고 코메디프로그램을 본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내가 마음에 준비를 하고 맞는 누군가는 몇 명이나 될까 하고 생각을 해 보았었다.

각 분야에 한 명쯤은 갖고 있다.

 

-잠시 딴 소리 끝-

 

독자로서의 신뢰, 그의 책을 대하면 이미 난 감동을 받을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그림이 우선이다.

장소와 인물이 화가이자 작가인 그에게서 자연스레 해석되어 있다.

더는 토를 달 것도 없이 그가 다녀온 곳과 소개하고자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열린 마음으로...

 

이제까지 그랬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라틴 기행화첩]은 편집자의 눈으로 다시 한 번 책을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편집자가

편집디자이너가

저자의 그릇을 작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건 아주 커다란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김병종화가는 '효형출판'에서 책을 출간하였고,

이번에는 랜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같은 사람의 글과 같은 사람의 그림이 이리 달리 보일 수도 있나 싶다.

 

그림으로 글을 붙이는...

그림이 메인이어야 하는데...

그림이 답답하다.

그의 붓터치는 강하고 굵다.

한 달음에 내지르는 듯한 붓터치를 가지고 있는 선 굵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그림이 책의 구석에 포진해 있다.

한 페이지에 그림이 앉혀있었어도 페이지를 넓게 사용하지 못하고 조그맣다.

그림의 규격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그는 항상 그런 식으로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조건이었을 것이다.

 

책을 열어본 순간

이 사람의 그림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과 함께 덮었다.

사실 좀 과장되이 설명하여 끔찍했다.

 

-잠시 딴 소리-

 

다시 개그맨의 이야기로 가면

박경림이 우리를 무조건 웃겨주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후

첫 사회를 볼때의 그 생뚱맞게 낯설었던 기분,

난 지금은 박경림이 나온다고 해서 티비를 보지는 않는다.

 

 -잠시 딴 소리 끝-

 

사무실 책꽂이 한 켠에 이 책을 꽂아두기만 아마 2주일쯤,

어제는 큰 마음을 먹고 빼들었다.

그는 그다!

그리고 읽어나갔다.

화가 김병종은 좀 접어두고

예술가 김병종이 낯선 라틴을 바라본 눈은 어떤 것이었나 제대로 천천히... 나와는 어떻게 다른 눈으로 같은 곳을 해석하나 하는 맘으로

찬찬히 마음을 열어가면서 책을 읽었다.

새벽까지 다 읽었다.

 

예술가의 눈은 부드러웠다.

예술가는 낯선 것에 대해 관대하다.

예술가는 길 위에서 그릇을 늘인다.

 

그의 눈으로 잘 다녀왔다.

쿠바를 바라보는 그의 눈이 가장 좋았다.

또 한 번 더 예술가는 갈등의 상황을 즐기고, 연민한다.

갈등 상황에서 자신이 깃들일 공간을 찾아낸다. 그것이 우리와 다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본 것들에 대한 해석은 아주 많이 도움이 되었다.

내가 보고 느낀 것과 그의 시선이 아주 흡사해서 내가 느낀 것들을 구체화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런 것일거야 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그런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하나 더

역시 인간의 한계이다.

그가 우리나라의 여러곳을 다니며 그 곳의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의 저돌적이기까지한 단호함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마 우리가 미리 많이 알고 있는

유럽이나 아시아 문화권의 어느 곳이라면 이렇게 완곡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그곳이 라틴이라는 우리에게는 사각지대나 다름이 없는 곳이라

그도 아직 그에게서 육화되지 못해 그의 목소리가 제대로 나지 못한 듯한 느낌이 있었다.

아마 그가

라틴의 역사나 문화나 예술에 대해 좀 만 더 깊이 육화되었더라면 우리에겐 사각지대인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전도사의 역할을 톡톡히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실 이번 라틴여행을 준비하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참고자료들을 모으는데... 참 없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가이드북부터 일반문화안내서적까지... 참 멀리있는 나라구나 생각했었는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참 좋았겠는데,

아쉽다.

 

요 근래에 읽은 책 중에 오랜만에(?)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편집자의 책임으로 절망하고

작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리적, 문화적 문제로 책을 통해 라틴에 대한 더한 갈증만 생기게 되었다.

 

 

 

그가 그린 라틴의 풍경들을

커다랗고

시원한

힘찬

모습으로 간절히 보고 싶다.

(적어도 이만하게...다운받은 걸로 싸이즈만 늘였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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