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인 터키에서는 거인의 눈처럼 생긴 파란 저 눈을 '악마의 눈'이라 부르고,
행운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액운을 물리쳐주는 부적 같은 것이란다.
며칠 전 터키를 다녀온 친구가 '악마의 눈'이 달린 핸드폰 고리를 내게 선물해 주었다.
액운을 물리쳐 준다며...
말로는 그 고마움을 표시하지 못했지만, 볼수록 든든하고 좋다.
떠난다.
종로5가에 가서 침낭도 사고, 약국에 가서 귀미테 10개, 먹는 멀미약 6개, 비타민 씨 한 통을 사는 것으로 준비완료다.
다니던 출판사에 가서 원고 정리를 잠깐 하고,
이제는 옛이라고 불러야 할 회사분들과 저녁을 먹고 들어와 이제껏 배낭을 꾸렸다.
배낭은 싸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라고 다시 생각하면서
침낭과 가이드북, 그리고 샌들을 챙겨넣으니 이미 배낭은 가득하고... 덜어내야 한다.
지구의 반대편으로 간다며, 회사분들에게 발바닥이 간지럽거든 내가 반대편에서 발구름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라 했더니,
이왕 구를거면 지구에서 굴러떨어지게 제대로 발을 굴러달라고 부탁하더라.
시간이 날 때마다 굴러볼 것이다.
발바닥이 간지러울 수도, 걷다 넘어질 수도 있을 듯 싶다.
며칠이라도 되는 여행을 갈때면 난 언제나 군번줄 목걸이를 목에 건다.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연락처
혹 무슨일이 생기면 번거럽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 꼭 달고 떠난다.
핸드폰고리에서 악마의 눈을 떼어내어 그 군번줄 앞에다 부적처럼 달았다.
군번줄과 악마의 눈을 달고 있는 한 묵직하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든든하고 좋다.
다시 한번 되새긴다.
여행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꿈을 살고 있는 것이다.
여행을 하려 길을 떠나는 사람의 시간은
여행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머물러서 자리를 지키며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의 시간까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이가 함께 하는 시간을 나만의 시간인 듯 흘러보내지는 않을 생각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시간 모두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걷고 말하고 먹을 것이다.
그래 여행자가 되었다.
사람이 살면서 꿈을 이루기도 하는구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꿈을 이루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사람들의 꿈이 커서, 다들 꿈을 이루는 것은 힘든 일이라 말할 수 있겠다 싶지만 어제 밤 자다말고 생각을 했다.
난 꿈을 이룬 것 같애.
언젠가부터 남미의 우유니사막과 티티카카호수, 그리고 마추픽추를 꿈꾸었다.
그리고 정말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룰 수 없겠다고 생각했던 그 길을 향해 몇 시간 후 떠난다.
누군가는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도 있구나1
그게 나이기도 하는구나.
모두에게 감사한다.
내가 떠날 수 있는 이만큼의 환경이 되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또 떠나며 이를 물고 악바리처럼 해내야 한다고 우길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준 운명에게도 감사한다.
그 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만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꿈이라는 것을 가지고 계속 되뇌이다보면 꿈이 아니고 현실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내게는 더욱 소중하다.
내게 수고했다고 말하며 가련다.
좋은 결론을 내린 나 자신에게 대견하다 말해주고 싶다.
무슨 일이든 늦었다말고 꿈을 꾸고 그 꿈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래서 난 또 다른 꿈을 키우기로 한다.
꿈을 실현하러 떠나는 길이 새로운 꿈 하나를 만들어 오는 길이 되도록 해야겠다.
아이처럼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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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가끔씩 살아있다는 소식은 여건이 되는대로 블로그를 통해서 전하겠습니다.
그럼 크리스마스도 잘 보내시고, 새해도 잘 맞으시길요....
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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