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배경음악을 끄고,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 중의 하나인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의 자갈굴러가는 소리를 들으시길요!
오래전부터 마음에만 있고 가보지 못했던 소매물도를 급하게 떠났습니다.
마음에만 두고 움직이지 못하는 것, 참 많지만 그 곳은 사람이 아니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밤새 거제도를 향하는 버스에서 비몽사몽 ... 그 곳을 향해 ..
새벽 4시 30분 쯤
거제 몽돌해수욕장에 도착해서 캄캄한 바다를 걸었읍니다.
몽실몽실한 돌들이 바닷가 가득했으나 캄캄해서 도무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으나,
한가지 몽돌해수욕장의 파도에 굴러가는 자갈소리들 환상입니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바다로 가는 길에 잡아끈 자갈들이 소리를 냅니다.
가자고, 가기 싫다고
몽돌 사이로 작은 자갈들이 서로 몸을 비비면 내는 자갈파도소리.
해가 뜨기 시작하고서야
그 소리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소리가 듣기 하도 듣기 좋아 메모리카드 용량 압박이 있었지만서도 동영상으로 찍었습니다.
누구보라고가 아니라
제가 바다고 보고플때면 그 소리를 들어보려구요.
지금도 벌써 그 바다가 그리워, 그 파도소리가 그리워 .... 들으니 좋다.
소매물도로 향하는 뱃시간,
작은 배였습니다.
바다가 바다가 참 아름다운 동네입니다.
자그마한 섬들마다 하얗게 솟아있는 등대들,
바닷물에 비치는 빛의 물결들,
오는 길에 본 것이지만, 바닷물 위로 불쑥 솟아오르던 돌고래...
사실,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선장님의 양해을 얻어 아마 10분정도는 제가 배를 몰았다는 것입니다.
바다위에서 갈 길을 정한다는 것은 땅에서 갈 길을 정하는 것과는 다르더군요.
도로에서 운전을 할 때면 전방 몇 미터를 보는 것이지만, 바다 위에서 갈 길을 정한다는 것은 저 멀리 목표지점을 두고
그 곳에다 눈을 떼지 말고, 오직 그 곳만을 향해서 핸들을 돌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장님은 다음에도 와서 마스터를 하고 가라셨습니다.
같은 배에 탔던 승객들이 잠시 불안했었노라고 했지만,
전 앞으로 어떤 사태가 발생하면 경력자로 제가 나설것이라고 ... 다른 어떤 시간에 대해서 잘난척을 했습니다.
그 날 바다는 참 부드러웠습니다.
낯선 손길로 배를 운전하는 데도 바다는 가만히 제가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도록 부드럽게 움직여주었습니다.
등대섬입니다.
저 아래 바닷길이 보이지는 않지만 하루에 몇 시간만 열린다는 그 길이 뚫려야 등대섬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서울 시간때문에 저 길을 건너가지는 못했지만,
등대섬이 마주 보이는 이 언덕에서 등대섬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참 좋았습니다.
바다 위에 놓인 섬이 바다와 어찌 그리 잘 어울릴 수 있는지요.
사실 소매물도 선착장쪽에는 낡아서 쓰러져가는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이 낡고, 사방의 경치가 뒷쪽보다는 못하지만 육지를 향하는 쪽에다 집을 짓고 살았나봅니다.
육지를 등지고 있는 등대섬 쪽은 작은 알프스를 옮겨놓은 듯
작은 피렌체를 옮겨놓은 듯
섬, 섬, 섬 으로 이어진 바다 위의 땅이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마치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마음을 들게 했습니다.
적당히 불어주는 바람과 파도소리, 기암절벽을 가진 섬,
오랫동안 그리워하고 만나도 섭섭함이 전혀없는
오히려 또 만나러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바람이 쌀쌀하게 부는 어느 날 저 섬의 초록들이 하나 둘 갈색으로 빛을 바랠 무렵 다시 가려합니다.
벌써 그립다!
폐교가 된 소매물도 초등학교.
이 학교의 졸업생이 150명 정도랍니다.
바다를 옆에 끼고, 바다를 등에 지고 있는 작은 학교 안에는 아직도 그네가 매달려있었습니다.
전 월장을 하여 그네를 탔습니다.
그네를 타고 있는 등 뒤는 바다였습니다.
괜히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아름다움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그렇듯 나누고픈 사람이 떠오릅니다.
이 곳의 주민들은 고기를 잡고 사는 것도 아니고,
밭을 일구는 것도 아니고,
제 생각으로는 민박집을 하나 둘 씩 운영하시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어때.
아름다운 섬이 그대로 있으면 그 뿐이지.
그 분들은 이 아름다운 섬을 가만히, 아주 살살 다스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를 타고 통영으로 갑니다.
통영 중앙시장안에 있는 활어장터에 들러 이 가을에 가장 인기있다는 전어회를 먹었습니다.
사실 서울에서 몇 해전에 전어회를 먹었었는데 비린내가 나서 그 후로는 다시 찾지 않았었는데,
통영의 전어는 마치 치즈크림을 먹는 듯 고소하고 부드러웠습니다.
꽤나 많이 먹었지요.
맛나더라.
아침에 출근을 하니 옆 사무실 분이 얼굴이 좋아보입니다 그러네요.
전 말은 못하고 맛난 전어를 무지 먹어서 그럴 겁니다 하고 속으로 대답했네요.
소매물도, 어제는 그저 눈인사만 하고 온 듯합니다.
다음에는 악수도 하고, 어깨를 빌려 기대어 보기도 하고, 혹 무릎을 베고 누워보기도 하려합니다.
소매물도, 그 곳이 나를 꿈꾸게 합니다.
꼭 그런 시간을 가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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