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오늘, 갠지스의 하늘 위에도 강물 위에도 환하고 둥근 보름달이 떴다.
어제도 그제도 쉬지않고 비가 내려 그제도 어제도 달 없는 검은 하늘만을 쳐다보았었다.
저녁 무렵, 해가 다 저물지도 않았는데 저 너머 하늘에 하얀 달이 떴다.
하얀 낮달에는 연한 오렌지빛 노을에 물든 구름이 마치 달의 받침대처럼 걸쳐있었다.
오렌지빛 구름은 좀 진한 빛을 내는가 싶더니 곧 사라졌다.
어둠은 금방이었다.
환하고 둥근 보름달이 조금씩 하늘 가운데를 향해 움직인다.
며칠째 볼 수 없더니
어디서 뭘 어떻게 한 건지, 저 달이 원래 저렇게 밝았는지, 아니면 내가 저를 보고 있어 밝아진 건지.
어쨌는지 알 수 없어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더. 더.
더 환하고 더 둥근 달이 하늘 가운데 떴다.
하늘 맞은 편, 갠지스의 강물 위에도 곧 달그림자가 떴다.
하늘 가운데 환하고 둥근 달이 자리를 잡자 캄캄한 갠지스의 강물 위에도 하얀 달 그림자 하나 떴다.
간혹 바람에 강물이 흔들릴 때마다
하얀 달은 커지고 작아지고... 둥근 달은 구겨지고 펴지고... 마치 어떤 방해가 있어도 달과 같은 모양이 되려고 애쓰는 듯, 갠지스 강물 위에 뜬 달은 바쁘고도 살갑게 움직인다.
지금은 깊은 밤.
간혹 보이던 불빛도 모두 꺼졌다. 아직
갠지스 하늘 한복판에는 환하고 둥근 달이 떠 있고,
갠지스의 강물 위에는 하얗고 둥근 달이 떠 있다.
두 달이 같은 모양이 되려고 애쓰면서 마주 보고 떠있다.
아마 아주 오래, 어쩌면 영원히 둘은 멀리,
간혹 비구름에 며칠 사라졌다가도 꼭 다시 하늘 가운데로 돌아와, 함께 떠 있을 듯싶다.
혹, 내가 잠이 들더라도.
지금 너에게
언제나 너의 주위에, 너의 숨소리가 들리는 곳에 내가 있기를 바랬어.
그럴 수 없었지.
우리들이 지금처럼 멀리 있더라도,
앞으로도 지금처럼 멀리 있게 되더라도,
가끔은 비구름이 너를 사라지게 하고, 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구름이 너를 에워싸 내게서 니가 사라지더라도, 그때는 저 달그림자처럼 슬쩍 자리도 피해주면서... 혹 나에게도 바람이 불어와 내 모습이 작아지고 구겨지더라도,그때는 저 달그림자처럼 바쁘고 살갑게 움직이며...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가장 이해할 수 없고, 가장 하기 힘든 일.
갠지스에 떠 있는 두 달을 보면서, 오늘은 왠지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멀리 있는 너에게도 저 달이 보일런지.
정말 특별한 날이다. 달이 더, 더, 더 둥글고 더. 더. 더 환하게 떠 있는 아주 특별한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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