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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인도5]타즈마할이 보이는 무슬림마을

by 발비(發飛) 2007. 9. 13.

타즈마할이 보이는 무슬림마을

 

2006/ 06/ 02

 

 

타즈마할로 들어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다.

해지는 저녁, 멀리서 타즈마할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무슬림 마을에 있다기에 그 마을을 찾아갔다.

마을의 입구는 좀 큰 대문 폭 정도, 그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었다.

무슬림들은 주로 하얀색 긴 남방 같은 윗 옷에 바지를 입고 머리에는 짝 붙은 작은 모자를 쓰고 있다.

귀티나게 잘 생겼다.

무슬림 중에 뚱뚱한 사람은 아직 많이 보지 못했다.

그들은 주로 남자끼리 손을 잡고 다닌다.

그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간 것이다.

 

 

이 곳에는 소를 볼 수 없다.

저녁 즈음이라 그런지 집집마다 아이들과 여자들이 문 사이로 보인다.

아니다.

그것보다는 우리들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모두들 얼굴을 내밀어 그들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아이들이 우리를 보자 초콜릿! 하고 소리친다.

연이어 그들을 나무라는 듯한 여자의 소리가 들리고 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지나는 우리를 보았다.

엄마인 듯한 여자에게 미안했다.

아마 여자는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만약 나라면 하는 생각에 미쳤다.

마을을 지나다니는 이가 없었다면,

아이들이 초콜릿을 맛보지 않았을 것이고,

초콜릿을 또 먹고 싶다고 처음 보는 우리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그 마을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말이다.

되도록 조용히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다.

 

산 중턱즈음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힌두교인들은 화장을 하지만 무슬림들은 매장을 한단다.

무덤의 모양이 집을 축소해놓은 것처럼 집도 담도 있다.

문설주처럼 생긴 곳에 뭔가 적어놓았다.

무덤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그 곳을 지났다.

 

무덤을 지나 몇 걸음 더 오르자 타즈마할이 보였다.

정확히 45도 각도로 보인다.

 

'거리'라는 것이 모두를 볼 수있게 한다.

얼마 간의 '거리'가, 해와 산과 나무와 그 사이에 흐르고 있는 강과 집들로 하여 이야기를 만들어주었다.

'거리'가 만든 자의 맘을 읽게 하기도 한다.

그만큼의 거리에 무슬림이 살고 있었다.

 

타즈마할을 지은 사자한은 힌두 그리고 불교 이슬람 모든 종교에 관해 관대했다고 한다.

그의 시대에는 종교때문에 죽은 이는 없었다고 한다.

그는 건축광이었다.

그가 지배하는 곳곳에 세계적인 건축물들을 지었다.

종교로부터 그의 백성들은 자유로웠으나, 그의 취미인 건축물을 짓느라 백성들은 혹사당했을 것이다.

그의 아들 아부랑제부는 아버지 사자한에게 반기를 들고 정권을 잡는다.

그는 철저한 무슬림이었다.

사자한을 타즈마할과 마주보이는 아그라포트에 가두고 비무슬림을 처형하고 절제와 소박을 강조한 무슬림교도의 길을 갔다한다.

 

아들에게 정권을 빼앗기기 전에 사자한은 타즈마할과 마주 보는 곳에 블랙마할의 터를 닦던 중이었다한다.

이 곳에서는 타즈마할 강 건너편 쪽으로 블랙마할의 터가 보인다.

그들이 좋아하는 대칭 혹은 짝맞춤을 위해...

 

지금 멀리 타즈마할이 보이는 곳에서

아그라포트가 보이는 곳에서 무슬림의 마을 뒷산에 앉아 일몰을 구경했다.

좀 먼 거리에서 그들을 본 것이다.

 

한참을 앉았다 일어나 뒤를 보니 우리가 비켜 올라왔던 무덤이 보이고,

그 무덤 위에 참 많은 공작새들이 고양이 같은 울음을 울고 있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작들은

무슬림 마을을 빠져나오는 내내 우리가 참새나 까치를 보듯 공작새들이 그 마을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었다.

 

해가 진 뒤라 더욱 하얗게 보이는 무슬림 전통 복장을 한 세명의 청년들이 마을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에게 사진을 찍는 것을 간신히 허락받고 참 이뻤던? 수도자들같았던 그들의 모습을 찍었다.

그런데, 그들이 왜 측은해 보이는 거지? 참 이상하기도 하여라.

 

무슬림정권을 최후로 인도는 영국의 통치를 받았고, 힌두교도들에게 힘을 빼앗기고 이렇게 깊은 곳에서 모여 살고 있었다.

무슬림의 최고 건축물인 타즈마할의 그늘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세상의 한 끝을 본 듯 했다.

정신없는 날이었다.

 

-지금 너에게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날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번도 너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었구나. 불안해.

 

2006/06/02(메모)

8시 자이뿌르발 아그라행 디럭스버스.(8시간) 에어컨 무지 빵빵.

아그라 락쉬미호텔. 타즈마할 전망포인트 무슬림마을

락쉬미호텔 옆 레스토랑옥탑 불꽃놀이.

 

 

인도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바쁘다. 우리와는 다른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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