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에 대한 허전함, 곧 익숙해진다
자이뿌르 역에 도착한 것은 이른 새벽이었다.
잠을 잔 것도 아니고 자지 않은 것도 아닌, 그렇지만 최근거리에서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었는데...
이제 일정간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좋다.
소도시라서 그런지 델리보다는 주변환경도 정돈된 듯 보이고 , 사람들 또한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역시 빈민층이 자리잡고 사는 곳은 우리의 서울처럼 가장 밝은 곳 아래 그늘인가 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배낭을 풀지도 않고 디카 하나만 들고 숙소를 나와 암베르포트로 향했다.
처음으로 타보는 인도의 버스, 말하자면 시내버스인데 그저 집에서 집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복장도 더없이 편안하고 함께 하는 동행은 거의 가족이나 친구들인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남자들만 가득하다.
그 남자들 머리에 무스(아니 포마드라고 해야한다)를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상상초월적인 분량으로 그야말로 떡칠을 해서 발랐다.
머리를 흔들어 보고 싶었다. 어떻게 될까?
아마 한가닥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머리를 보는 순간, 어릴 적 갖고 놀던 인형 중에 머리까지 프라스틱으로 만든 다음 까맣게 칠한 바로 그 인형의 머리와 똑같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인도남자의 머리칼이 닿을까봐 몸을 움추리면서도
그들의 그런 머리칼을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생뚱맞게도 이런 것을 보러 온거야, 그런거지 하는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
마음이 움직였다.
암베르포트는 요새이다.
길게 산등성이를 따라 흐르듯 지어놓은 요새는 인디언핑크와 보랏빛이 절묘하게 섞여있는 색이었다.
요새의 안에는 사방 대칭을 분명하게 장식해 놓은 정원,
꼬불꼬불하게 이어져 들어간 곳과 나오는 곳이 한번도 같지 않은 미로,
그럼에도 깔끔하게 느껴지는 구조이다.
지금 우리가 아는 인도는 왜 암베르포트 같지 않을까 하는 그들의 문제에 몰두되기도 한 시간이었다.
암베르 포트안에는 여러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어디에서 온 사람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금발 머리를 한 남자가 성의 꼭대기에서 서성거린다.
그리고 한 여자가 사진을 찍다가 그의 곁을 맴돌다 다시 어디론가 사라지고 ... 남자는 서성거리고...
그 둘은 말도 없이 마치 캠퍼스처럼 서로에게 맴돌며, 서로의 일에 빠져 있었다.
눈길이 간다.
그들에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을 건넸고 기꺼이 반갑게 응해주었다.
그들의 초록이 각인됨을 느꼈다.
잃어버린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나의 궤도를 돌 수 없었다.
나의 궤도를 이탈한 지금도 허전한데, 곧 익숙해진다.
자유롭게 잃어버린 것에 대한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된 순간 잃어버린 것이 익숙해졌다.
잃어버린 것을 자유롭게 떠올리는 것은 내가 익숙해진다는 증거이다.
이번 여행에서 난 마음껏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할 것이다. 마음껏!
지금 너에게
여자들이 성 위를 따라 걷고 있었어.
그 여자들의 머리에는 흙과 돌이 커다란 들통 안에 들었는데, 아마 머리에 이고 나르는 것인봐.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성을 고치는 일을 하고 있었어.
차라리 나도 머리에 한 짐을 이고 목이 부러져라 저 짐을 나르고 싶더라.
모든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니게 만들기 위해서 난 차라리 돌덩이를 담은 들통을 이고 성위를 걷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어.
틀린거니?
점점 잘 해야지 왜 그랬어.
점점 더 좋아야지 왜 그랬어.
3. 2006/06/01
uttapum. masala dosa
자이뿌르 갤러리호텔. 하와마할, 암베르포트, 짬폴게이트(탄도리치킨) 야채시장.
이른 새벽 도착한 자이뿌르역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 새벽길, 저렇게 자고 있었다
암베르포트를 가는 버스 안에서 마주 본 그들
임베르포트는 공사중! 그 곳에서 공사용 흙을 나르고 있는 인도여자들
암베르포트 안에서 만난 햇빛 등진 아이
저 밖에는 코끼리가 수영하는 호수가 있었다
멋진 파트너... 저 모습
야채시장에서 본 색다른 야채들, 어린시절 본 그림책이 이해된 순간
암베르포트에서 돌아오는 길, 시장에서 만난 보퉁이 머리에 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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