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거림

업무일지-8 : 돈 되는 만남 & 돈 안되는 만남

by 발비(發飛) 2007. 6. 21.

1. 돈 되는 만남

 

오후2시 충무로 6번출구 뒤.... 어느 뒷골목 1층 카페

 

여행작가인 이모씨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초면이며 전화로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만나기로 약속이 된 그런 시간이다.

좌석은 4개 밖에 없는 카페.

그녀가 카페의 문으로 들어섰을 때,

내가 생각한 여자와 반대의 이미지이면서도 그녀인 줄 알았다.

왜냐면,

그 분의 글을 읽으며 참 감성적으로 써내려가는구나 생각하면서

이런 사람이 어째 전국을 누비며 다닐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그녀를 보는 순간, 이런 사람이면 그럴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섰다.

인사를 나누고 그 분에게 그런 이야기를 그대로 했더니, 박장대소한다.

내가 글을 좀 그렇게 써요. 제가 보기보단 감성적이거든요.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며,

이야기가 잘 풀려나가,

이 분과의 만남은 처음부터 목적이 있는 만남이었고

결국은 다음번에 만날 때는 계약서를 들고 만나자는 약속까지 성공했다.

그분과 나는 이 책이 잘 되어 돈이 되는 만남이 되었으면 하고 눈짓으로 싸인을 보내고 헤어졌다.

다음에 만날 때는 계약서를 들고 오겠다고....

 

 

 

2. 돈 안되는 만남

 

오후 4시 충무로, 앞 장소에서 북쪽으로 200미터를 더 올라간 2층카페

 

아침에 모 사진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전 만나기로 약속한 나 누구누구라고 인사를 했더니,

반가이 오늘 약속한 날이죠? 한다.

그렇다고 어디서 만날까요? 몇 시가 좋을까요? 그렇게 물었다.

약속장소와 시간이 정해지고... 그런데 그 분이

"그런데 제게 무슨 용건이 있어서 만나는거예요? "

"아무 생각없이 그냥 만나는 건데요."

"저 아무 생각없이 그냥? 그러죠 뭐."

옆에서 듣고 있던 우리 부장님이 참 이상한 전화도 있다고 한마디 거드신다.

이 만남- 며칠전 회사의 행사에 참석한 이 사진작가가 여행경험도 많고 사진작가라는 소리를 들으신 윗분이 나에게 명함을 주시면서 만나보라고 말씀하셨다.

난 이 만남- 이 싫지 않았다. 그 분들의 숙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바로 검색에서 찾아본 사진이 독특했기 때문이지.

그래서 만났다.

그리고 테이블에 앉자 마자 그 분이 그러신다.

"이렇게 돈이 안되는 일, 이유없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한 3년만인 것 같아요. 정말 이유없이 만나는 만남 오랜만이네요."

그 순간 그렇다 생각했다.

우린 언제부터 이유가 있는 만남만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서울은 너무 넓어 이유없이 길가다가 만날 수 없으므로 정말 약속없이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절대 없는 것이다.

이 분과의 만남은 황당하게도 이유없이 만났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그 이야기가 화두가 되어

사진작가로 사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예술가와 생활인의 경계에 사는 그 분, 경계인은 항상 불안하다.

불안한 영혼을 가졌다는 것이 사치스런 분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 불안함이 세상을 향해 끝없는 눈기를 보내 렌즈를 갖다대기도 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 분과의 만남은 목적도 이유도 없어서 그저 시간을 보냈다.

시간과 더불어 이유없음도 희석되어갔다.

그리고 카페를 나오면서 이유없이 만난 낯선 상황에서 서로 편안하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대답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을 보내어 참 다행이며, 뿌듯하며, 재미있었다.

앞으로 손꼽아 보려고 한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이유없는 만남을 만날 수 있을런지.

이유없이 만나게 되더라도 이유없이 그냥 만나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런지.

궁금하다.

열사람에 열번쯤은 되었음 좋겠다.

 

오늘 이 두 사람과의 만남.

돈이 되는 만남은 돈이 되었으면하는 간절한 바램으로 만났고

돈이 안되는 만남은 돈이 안되어도  좋은 마음으로 만났다.

 

이 두 만남이 꼭 오늘 같은 삶( 삶에서 돈이 되는 만남과 돈이 안되는 만남을 골고루  잘 배합된 삶) 이 이어지길 바래본다.

 

 

 

 

 

 

 

 

 

 

 

 

 

 

 

'주절거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업무일지10-[드니 로베르] 중독  (0) 2007.06.27
업무일지-9 : 한자 속 과학 이야기  (0) 2007.06.26
우리가 두렵다고 느끼는 시간  (0) 2007.06.18
다른 세상에서 같이 살기  (0) 2007.06.16
업무일지-7  (0) 2007.06.14

댓글